힐러리, 아이오와서 첫 유세…식당 주인도 못 알아봐

입력 2015-04-15 09:00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주에서 대선 대장정의 첫 유세 테이프를 끊었다. 그런데 한 식당에서는 주인이 그를 알아보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범한 서민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오와 주는 역대로 대선이 치러지는 해 1월에 민주·공화 양당이 코커스(당원대회)를 개최해 후보 경선의 첫 포문을 여는 곳으로, 전국적인 대선 표심에 큰 영향을 줘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특히 아이오와 주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를 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아이오와 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뉴욕에서 1600㎞나 되는 거리를 비행기가 아닌 스쿠비라는 별칭이 붙은 GMC 밴을 타고 이동했고 중간중간에 일반인처럼 주유소에도 들리고 식당에도 직접 들러 음식을 주문했다. 스쿠비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만화 캐릭터 이름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 언론은 클린턴 전 장관이 보통 사람처럼 줄을 서서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를 했지만,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 대다수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두 명의 보좌진과 경호 인력을 대동하고 이동하던 클린턴 전 장관은 전날 오하이오 주 톨레도 외곽의 소도시 모미의 멕시코 요리 전문 패스트 푸드점인 치폴레에서 점심을 때우기로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밝은 분홍색 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클린턴 전 장관은 식당 점원에게 접시에 담아서 먹는 치킨 브리토를 주문하고 나서 직접 음식을 식탁에 나르기도 했다.

그러나 점원, 매장 지배인, 식당 손님 등은 이 손님이 장차 미국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동선 취재 경쟁에 불이 붙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뉴욕타임스의 한 기자는 치폴레에 전화를 걸어 지배인에게 “그곳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점심을 먹었다”고 귀띔했다. 기자의 전화를 받고도 “그럴 리가 없다”던 지배인은 CCTV 카메라 화면을 돌려 본 뒤에야 클린턴 전 장관이 방문한 게 맞다고 인정하고 손님 몇몇이 클린턴 전 장관을 휴대전화로 찍었지만, 왜 그랬는지 궁금하게 여기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배인인 찰스 라이트(29)는 “짙은 선글라스를 낀 클린턴 전 장관이 전혀 다른 여자 같았다”면서 “유명인사를 눈앞에서 놓친 점원들도 지금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