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북한이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양국 친선의 해 행사 개막식을 열고 상호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정오부터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개최된 친선의 해 개막식에는 북한 측에서 전날 모스크바에 도착한 로두철 내각 부총리와 궁석웅 외무성 부상 등이 러시아 측에선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고려인(러시아 거주 한인) 대표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트루트녜프 부총리는 축사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오랜 우호 관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북한 방문에서 동평양 수력 발전소 현대화, 러시아 여객기 투폴례프(Tu)-204의 북한 수출, 러시아 가스의 북한 경유 한국 수출을 위한 3각 협력,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등의 사업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앞으로 이 모든 사업의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양국 정부 간 통상·경제·과학·기술 협력위원회 제7차 회의가 이달 27일 평양에서 열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로 부총리는 답사에서 “올해를 조-러 친선의 해로 정하고 모스크바에서 대규모로 개막식을 진행하게 된 것은 오랜 역사적 뿌리와 전통을 가진 양국 친선·협조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중요한 뜻을 가지는 역사적 사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조-러 관계 발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올해 양국이 정치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경제관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두 나라의 수도들과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성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대표단은 이날 친선의 해 행사 계획, 문화·학술 협력 계획, 양국 간 국제자동차운송 협정, 양국 중앙은행 간 협력 의정서 등에 서명했다. 이날 러-북 친선의 해 행사는 당초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뒤늦게 언론에 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 부총리가 이끄는 북한 대표단은 이번 방러 기간에 다음 달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제1위원장은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러시아 측에 통보한 상태다.
현지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김 제1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경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러시아-북한, 모스크바서 양국 친선의 해 개막식 열기로
입력 2015-04-15 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