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란에 방공미사일 수출 허용… “8년을 기다렸다”

입력 2015-04-14 17:2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미사일의 대(對) 이란 수출금지령을 해제하자 그간 이란과의 핵협상을 주도해온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타스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S-300 방공미사일의 이란 수출금지령을 해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 2007년 이란과 S-300 5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발로 인도를 미뤄왔다. 2010년 6월 유엔이 대 이란 무기 금수 결의안을 채택하자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현 총리)은 대통령령을 통해 수출 금지조치를 취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이란은 제네바 국제중재법원에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맞서왔으나 이번 조치를 통해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란 핵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러시아가 이란에 미사일 수출을 금지할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이란 핵협상이 잠정 타결된 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이란에 대한 제재를 일정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즉각 라브로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의 제재 해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니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는 이란 핵협상의 최종 결과에 따라 제재를 해제한다는 (주요국들의) 계획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며 러시아에 적절한 경로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찾아 서방의 대(對) 러 제재에도 경제적으로 고립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미사일 뿐 아니라 향후 이란과 석유-공산품 교환 협상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란이 방공미사일을 도입할 경우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습에 대한 우려가 감소해 핵협상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핵협상을 비판해 온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협상으로 정당성을 얻은 결과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