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내가 먼저 검찰 수사를 받겠다”

입력 2015-04-14 16:54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완구 국무총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구성찬기자 ichthus@kmib.co.kr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로 야기된 ‘3000만원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내가 먼저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나섰다. “검찰은 총리부터 수사하라”는 여당의 요구에 대한 대답이자, 20년 정치역정이 통째로 걸린 미증유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이 총리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성 전 회장의 의혹 제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여야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 놓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총리 이전에 국회의원이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명예가 있다. 근거 없는 (성 전 회장의) 메모 내지 진술로 막중한 총리직을 놓고 이런저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야당의 총리직 사퇴 또는 직무정지 주장을 일축한 발언이다.

이어 “성 전 회장과 돈 거래는 없다”고 했다. 결연한 표정으로 “돈 받은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 물러날 것”이라며 “한 점 부끄럼 없이 40년 공직생활을 했다”고도 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 총리 발언이 나오기 직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우리 당은 검찰이 총리부터 수사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회의 뒤 브리핑에서 “(총리) 본인도 수사에 응하겠다고 한 만큼 국정공백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총리부터 수사하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이 특검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특검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이 총리와 여당이 ‘총리=성완종 게이트 첫 수사대상자’ 결정을 내린 것은 목전에 닥친 4·29재보선에 대한 사건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의혹 자체가 수사과정에서 허위로 드러날 것이란 자신감도 엿보인다. 수사가 정부 최고위직부터 시작돼 ‘성역이 없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고, 이 총리 결백이 밝혀지면 더 빠르게 파문을 수습할 수 있다는 ‘다중포석’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재보선 꼬리자르기식(으로 총리 수사를 검찰에 촉구하는) 결정을 한 게 섭섭하지 않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 질문에 “서운한 생각은 없으며 당연한 말씀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국정 2인자’ 이 총리는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초 돌발성 ‘부정부패 척결’ 대국민담화 발표로 부정부패 검찰수사 드라이브를 걸었던 당사자가 급작스레 이 수사의 피조사자 신분으로 급락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문은 이 총리 본인을 넘어 박근혜정부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정부여당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한 채 총체적 난국에 빠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한편 검찰은 ‘나부터 수사받겠다’는 이 총리 발언에 대해 “수사는 수사 논리대로 원칙대로 간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지금은 자료 수집·분석과 수사계획을 수립하는 시작단계다. 한 칸, 한 칸이 채워져야 다음 칸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신창호 김경택 지호일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