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이완구 국무총리부터 수사하라”고 주장한 이유는?

입력 2015-04-14 16:57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구성찬기자 ichthus@kmib.co.kr

새누리당이 검찰에 이완구 국무총리부터 수사할 것을 촉구한 것은 이 총리가 의혹의 중심으로 부상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정 개혁을 주도해야 할 이 총리가 국정의 걸림돌이 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총리를 둘러싼 의혹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선(先) 이 총리 수사’ 카드로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는 이 총리를 포함해 여권 고위 인사 8명의 실명이 적혀 있었지만 폭발력이 강한 이 총리 관련 의혹부터 서둘러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여당의 수사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총리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2002년 대선 당시의 ‘차떼기 파동’과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사태에 비유하고 있다. 당의 존폐가 걸린 심각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씻지 못했다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새누리당을 지배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앞장 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탈 털어서 논란의 불씨를 없애야 미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부정부패·비리 연루자를 절대로 비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검찰 수사가 국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조금이라도 의심받을 일을 하면 우리 당은 특검으로 바로 가겠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으로서는 이 총리를 퇴진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자리를 지키게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든 것도 ‘선(先) 이 총리 수사 요구’를 한 배경이다.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으나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이 총리가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요구란 얘기까지 명시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이 총리를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는 점이 여권의 가장 큰 고민이다.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 총리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이 총리가 도미노의 맨 앞에 서 있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다면 야당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 성 전 회장의 메모에 기재된 다른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총리 거취를 결정하자는 게 현재 단계에서 여권이 내놓은 해법으로 보인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