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의혹이 삼킨 국회 대정부질문

입력 2015-04-14 17:16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사태'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답변을 준비하던 중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구성찬기자 ichthus@kmib.co.kr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14일 이완구 국무총리의 3000만원 수수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당시 정황과 둘의 관계를 파고들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 총리는 전날에 이어 야당의 사퇴 요구를 완강히 거절했지만 집요한 질문에 진땀을 뺐다.

◇野, “거짓말 총리…물러나야” 파상공세=야당 의원들은 성 전 회장이 이 총리를 “사정대상 1호”라고 언급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 총리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성 전 회장은 3000만원을 줬다고 한다”고 몰아붙였다. “거짓 답변을 하면 안 된다”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이 총리는 야당 의원의 특검 실시 요구에 대해 “(검찰) 수사를 철저히 하고, 국회에서 결정한다면 특검도 해야 한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또 “한 나라의 총리가 근거도 없이 막연히 쓴 메모와 일방적 진술로 자리에 영향을 받아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은 “성 전 회장을 선거사무소에서 직접 만났나, 누구와 함께 만났나”라고 따져 물었다.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당시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선거사무소를 찾아가 직접 3000만원의 선거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을 캐물은 것이다. 이 총리는 “현역 의원 여러 명이 다녀갔는데 당시 성 의원이 다녀갔는지 기억을 못 한다”면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같은 당 최규성 의원은 “죽음을 앞두고 한 말이 거짓이란 말인가”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이 총리는 “고인이 굉장히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충청권 인맥이 두터웠던 성 전 회장과 이 총리의 관계도 도마에 올랐다. 이 총리는 “자유선진당에서 같이 정당 활동을 한 동료의원(성 전 회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인간적으로 서운하지 않겠는가”라는 새정치연합 임래현 의원의 질문에 “성 전 의원과 속내를 주고받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백군기 의원은 인사청문회 당시 위기에 몰렸던 이 총리를 돕기 위한 현수막이 성 전 회장 주도로 충청 지역에 내걸렸다는 의혹을 또 다시 제기했다. 이 총리는 “충청인들이 듣기에 거북할 수 있는 말씀”이라며 “이완구가 작용(지시)해서 붙였단 말씀인가. 유감”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고 백 의원도 “유감”이라고 맞받아쳤다.

◇방어막 친 與, “박근혜정부는 로비가 안 통해”=새누리당은 이 총리에게 해명 기회를 주면서 방어막을 치는 데 주력했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성공한 로비와 실패한 로비, 한 정부는 로비가 잘 통했던 정권이고 또 다른 정부는 로비가 전혀 통하지 않는 정권이라는 이 극명한 차이를 국민은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구명 로비를 벌였으나 여의치 않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은 “본질에서 벗어난 주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