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다방´ 지킴이 오상훈 교수] ˝2년만 했는데 벌써 3년… 관객과 직접 호흡 즐거워 ˝

입력 2015-04-14 16:49

서울 마포구 지하철 6호선 상수역 3번 출구 뒤편으로 50m 쯤 내려가면 보이는 3층 건물. 지하 1층과 1층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제비다방’은 소설가 이상(1910~1937)이 1933년 종로에 문을 열었던 그곳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상의 제비다방은 문인이나 화가 등 예술가들이 모여 토론하던 곳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다 2년 2개월 만에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끼리 2년만 넘기자는 우스개 소리도 했어요. 올해로 만 3년이 되고 현상 유지도 되고 있으니 다행이죠.”

지난 12일 제비다방에서 운영자 오상훈(38)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를 만났다. 오 교수는 동생 창훈씨와 함께 이 곳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을 기획하고 이끈다. 올해 4월로 3주년을 맞은 제비다방은 낮에는 각종 도서와 보드게임, 음악이 어우러지는 카페로 운영되지만 오후 8시만 되면 인디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건물 앞 간판은 ‘취한 제비’로 바뀐다.

8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홍대의 작은 공연장을 고작 3년 운영해왔다는 건 ‘얘기’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매일 밤 다른 라인업으로 ‘후불제’ 공연을 갖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공간만의 독특한 실험성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무료로 입장한 뒤 나갈 때 자율적으로 ‘퇴장료’를 지불하는데 뮤지션이 수입 전액을 가져가고 제비다방은 공연을 마친 뮤지션에게 음료와 음식 등 뒤풀이 자리를 제공한다.

“코앞에 앉아있는 관객과 수다를 떨 수 있고 피드백도 금방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뮤지션들이 즐거워합니다. 뒤풀이를 하다 다시 무대에 올라 앙코르 공연을 하고…. ‘이게 록이지’ 이런 분위기에요(웃음).”

그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매일 밤 단독으로 무대에 서면서 소박하지만 자신의 음악을 즐긴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보상받는 구조”라며 “창작물의 가치를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뮤지션들도 릴레이처럼 몇 곡 부르고 서둘러 자리를 비워야하는 여타 공연장에 비해 자신만의 장을 마련할 수 있고 나쁘지 않은 개런티도 얻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해한다고 한다.

“관객도 정해진 자리에 앉아 듣기보다 좁은 의자에 껴 앉으면서 옆 사람에게 말 붙일 수 있는 그런 곳이예요.”

지난 8일에는 그간 무대를 꾸몄던 11팀의 신곡이 담긴 편집음반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2015’을 내놨다. 최고은, 김간지X하헌진, 김마스타 등 ‘핫’한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오 교수는 “여기서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 놀다가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들”이라며 “매년 비슷한 콘셉트로 음반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앨범 발매를 기념해 이상의 기일 즈음인 18일 홍대 브이홀에서 공연을 열어요. ‘무료입장 유료퇴장’인데 브이홀이 문 연 후 처음이라네요. 색다른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보여 드리게 될 겁니다.”

무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특이한 실내 구조도 한몫한다. 44여㎡(약 13.5평) 두 개 층을 사용하면서 무대 바로 위 천장을 뚫어 1층에서도 지하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오 교수가 직접 설계했는데 공연 때 울림통 역할도 하고 채광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건물 2층과 3층은 오 교수가 속해있는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씨티알’은 출판, 건축, 음악, 미술, 대중문화 등 특정한 경계나 영역을 나누지 않고 각종 문화산업을 연구하는 공동체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율적으로 창작을 해 나간다. 제비다방도 이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된다.

“2005년 서교동의 ‘레몬쌀롱’에서 시작된 시도가 이 곳으로 오면서 만 10년째예요. 농담처럼 ‘사양산업’에만 손댄다는 핀잔도 받았지만 10년이 지나도 지금처럼 놀고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어요. 제비다방은 모든 문화현상의 ‘테스트 사이트’인 셈이죠.”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