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희생자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 의회 연설에서 아베 총리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외교 관련 정보지 ‘넬슨 리포트'는 지난 9일(현지시간) ‘왜 단어(인신매매)가 문제가 되는가’라는 글에서 “어떤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또 어떻게 들리느냐 하는 것은 각국의 뉘앙스와 문화적 해석에 따라 다르다”면서 “이런 이유로 영어 사용자(미국인)에게 특정한 뜻을 의미하는 어떤 단어가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는 원뜻 그대로 번역돼 전달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넬슨리포트는 “트래피킹(trafficking)이라는 영어 단어가 한국이나 일본의 인신매매 단어보다 훨씬 강력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아베 총리가 의도적으로 영어로 불명확하게 표현했다’는 비판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의 관료, 언론은 아베 총리 의회 연설의 단어 하나하나를 정밀 분석할 뿐 아니라 아베 총리의 의도와 진정성에 대해서도 엄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며 “동시에 아베 총리 연설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 역시 아베 총리의 연설에 대해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넬슨리포트는 또 “한국인들은 아베 총리로부터 ‘불행한 일과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말이 아니라 ‘제국주의 일본이 이런 구체적인 일들을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를 원한다”면서 “‘고통을 가한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 오랜 정체상태를 푸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넬슨리포트는 “아베 총리가 과연 미 의회 연설에서 (위안부에 대해) 분명하게 얘기할지, 그것이 이번에 그에 대한 점수가 매겨질 시험”이라고도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인신매매 나라마다 뉘앙스 달라…아베, 가해주체 명백히 해야"
입력 2015-04-13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