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북 중국대사, 북한에 '구동존이' 첫 거론

입력 2015-04-13 20:59
리진쥔 신임 주북 중국대사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구동존이'(求同存異)를 거론한 사실이 확인됐다. 구동존이란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13일 주북 중국대사관은 리 대사가 지난달 30일 신임장 제정 후 김영남 위원장을 만나 “중국은 새로운 시기와 정세 하에서 북한과 ‘상호존중’ ‘평등상대' ‘구동존이’ '협력공영'을 통해 양국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주요 관리가 북한 측에 ‘구동존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이 표현은 통상적으로 미국을 비롯해 체제와 가치관이 확연히 다른 서방국가와 관계개선을 추진할 때 자주 사용돼 온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같은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전통적 혈맹 관계보다는 정상적인 국가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 대사는 김 위원장에게 “중북간 우호 협력 관계를 부단히 공고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말했으나 북한과 중국의 전통적 우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반면 김영남 위원장은 “북한 측은 북중간의 전통적 우의를 중시하며 공동 노력으로 더 나은 발전을 이룩하기를 희망한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두 국가는 리 대사의 신임장 제정 소식을 보도하는 뉘앙스도 확연히 달랐다. 주북 중국대사관은 이들의 발언과 참석자들까지 소개하며 상세히 전했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 특명전권대사가 30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봉정했다”고 간략히 전했다.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만 정상 국가관계 쪽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북한은 여전히 전통적인 관계를 희망하면서도 아직은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