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89습] 되짚어보는 김성근 벌투 논란… 선수의 인생을 내던지다

입력 2015-04-14 06:07 수정 2015-04-14 18:18
MBC 스포츠플러스 중계방송 화면촬영
450경기 연속 출장기록, 롯데 황재균을 향한 두 번의 빈볼… 울상 지은 한화의 만년 2군 투수 이동걸과 ‘야구의 신’ 김성근 한화 감독. 황재균을 향한 공은 단순 우연이었을까요? 누군가의 ‘고의’였을까요?

쌍팔년도(1955년) 구습(舊習·예전부터 내려오는 낡은 풍습) 타파를 위한 ‘쌍89습’ 기획. 첫 번째 주인공으로 김성근 한화 감독을 재조명합니다.

1. 2008년, 조영민의 불펜 120구 “아무리 선배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적”

2008년 4월 12일 조영민(당시 27세)은 선수생활의 기로에서 ‘인생투’를 던집니다. 2회말 구원 등판해 7회까지 120개의 공을 던진 겁니다. 기록은 6이닝 16피안타 4볼넷 9실점. 이전까지 조영민은 4경기서 4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 중이었습니다. 2008년 조영민은 53이닝 동안 22자책점을 기록, 3.74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죠.

그 날의 역투가 없었다면 조영민의 기록은 47이닝 13실점, 평균자책점 2.76의 특급 불펜이었을 겁니다. 충격이 컸던가요? 중계투수로 정점을 찍던 조영민은 군에 입대합니다. 2011년 돌아와 고작 3경기를 던지고 선수생활을 마감하죠.

왜 그런 ‘비정상적인’ 투구를 했을까요? 당시 김 감독은 “초반에 대량 실점하고 경기를 내줬다고 생각했다”며 “조영민으로 막아 최대한 투수를 아끼려 했다”고 말합니다. 이어 “아무리 선배라고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엄연한 적”이라며 조영민의 태도를 지적하죠.

조영민은 4회 광주일고 1년 선배인 정성훈(현 LG)에게 빈볼을 던진 후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이 모습이 김 감독의 눈에는 못마땅했던 거죠. 당시 경기는 결국 SK의 10대 12 패배로 끝납니다. 방어율 2점대 투수가 무너지는 순간은 한순식간입니다.

2. 2011년, 에이스 김광현의 147구 “컨트롤, 완급조절, 타자 보는 눈 모두 부족”

2011년은 김성근 감독 SK 왕조의 마지막 해입니다. 에이스 김광현(당시 24세)의 부진이 뼈아팠죠. 17경기 등판해 4승 6패, 4.84의 평균자책을 기록합니다. 김광현이 시즌의 절반도 못 던지게 됐던 그 해. 147구라는 자신의 최다 투구수로 김광현이 무너졌던 그 날 수많은 사람들은 “김광현, 정신 못차렸다”며 질책하기 바빴습니다.

그 해 6월 23일, 김광현은 KIA 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47개의 공을 뿌립니다. 3피홈런 14피안타 2볼넷 8실점으로 만신창이가 돼죠. 이날 김광현은 3회 김상현(현 kt)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합니다. 5회 2사 후 김상현에게 다시 3점 홈런을 맞죠. 6회 김주형에게 솔로포를 맞아 7점째를 내주던 순간. 불펜에서 몸을 풀던 투수도 있었지만 모두 철수하고 맙니다. 김광현이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게 하겠다는 뜻이죠. 7회까지 125개의 공을 던진 상황. 8회 다시금 22구를 던집니다.

2010년 김광현은 31경기에 나서 무려 193⅔이닝을 던집니다. 한국시리즈 직후 뇌경색으로 안면 마비 증세까지 겪죠. 6월 들어 3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살아다던 김광현의 페이스는 이날의 투구로 모두 무너지고 맙니다.

김 감독은 다음날 김광현을 곧장 2군으로 내려보내죠. 김 감독은 “김광현이 언제 1군에 복귀할 지는 모르겠다”며 “좋은 공을 던지면서도 스스로 던지는 법을 모른다. 컨트롤, 완급조절, 타자를 보는 눈 등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질타합니다. 그 후 김성근 감독이 시즌 도중 SK 감독을 사퇴하는 날까지 1군 복귀를 하지 못합니다.

3. 2015년, 유창식 시범경기 117구와 3일 휴식 후 등판 “유창식이 나가겠다 했다”

한화의 선발 투수인 유창식(23)은 지난달 21일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6이닝 동안 8실점을 기록합니다. 무려 117개의 공을 던진 것이죠. 김 감독은 경기 후 “시범경기라도 던지게 해야지”라고 답합니다.

선발을 목표로 몸을 만들고 있던 유창식은 시즌 개막 후 1일 두산과의 홈 경기에서 팀이 3대1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불펜 등판합니다. 15개 연속 볼을 던지며 강판됐죠. 팬들은 “선발투수가 왜 나오지”라며 모두 놀랐습니다.

투구 리듬이 무너졌나요? 5일 NC전에서 유창식은 5⅔이닝 6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합니다. 유창식은 78개의 공을 뿌렸죠. 그리고 단 3일 쉬고 선발로 다시 등판합니다. 9일 LG전에서 3⅓이닝 동안 3볼넷 3피안타 3실점 한 뒤 조기강판 됐습니다. 11일에는 불펜에서 타자 하나 못 잡고 4구를 기록하죠.

김성근은 유창식의 3일 휴식 후 등판에 대해 “민주주의다. 선수가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나는 과거 9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적이 있다. 팀은 연승을 달렸다”고 말합니다.

4. 2015년, 갈수록 무너지는 탈보트… ‘한국식 노동을 경험하다’

2015년 탈보트(32)는 개막 후 줄곧 ‘4일 휴식’ 등판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강행군이죠. 탈보트는 “4일 휴식도 문제없다”고 의욕을 불태우는 데요.

기록은 영 안 좋습니다. 첫 등판서 6이닝 1실점, 다음 경기서 5이닝 2실점(무자책), 7일 경기서는 4⅓이닝 3실점을 기록하지요. 그리고 12일 롯데전에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5피안타 3사사구 7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됩니다. 김 감독은 경기 직후 “선발 투수의 컨트롤이 안 좋았다”고 짧게 언급합니다.

5. 2015년, 이동걸의 빈볼 퇴장… 출장징계 풀기 위해선 1군 등록해야하는데?

12일 롯데전서 이동걸(32)은 팀이 1대11로 뒤지던 5회 황재균에게 2구 연속 위협구 뒤 빈볼을 던집니다. 황재균은 앞선 타석에서도 사구로 출루했죠. 롯데와 한화 선수단은 벤치클리어링을 벌입니다. 보복이 두려웠는지 한화는 주전 타자 김태균을 벤치로 불러들입니다.

김 감독은 빈볼 시비에 대해 “벤치에서 빈볼 사인 낸 것 아니다”며 “세상에 어느 감독이 고의로 몸에 맞는 공을 던지라고 지시하나”고 말합니다.

이동걸은 2008년 삼성에 입단해 2013년까지 뛰다 2차 드래프트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지난해 퓨처스 남부리그에서 최다승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1군에서의 입지는 탄탄하지 않죠.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회요강 벌칙내규에는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빈볼과 폭행 등의 스포츠 정신을 위배하는 행위로 퇴장 당했을 때는 출장정지 10게임 이하의 제재를 가한다’고 명시 돼있습니다. 출장정지를 풀기 위해서는 규정상 이동걸을 1군 엔트리에 넣고 10게임을 해야합니다. 한화가 투수 엔트리 1명을 포기하며 이동걸을 기다려줄 지는 의문입니다.

그 날 이동걸은 올해 첫 1군 출장이었습니다. 2007년 삼성에 입단한 군 입대를 제외한 6시즌 동안 1군에서 23경기를 뛴 선수입니다. 지난해 2군에서 다승왕을 차지했지만, 마무리훈련 일정을 위해 시상식에 불참했죠. 그만큼 이동걸에게 1군이란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광의 무대였습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성공 사례가 있지 않나. 나도 그 선수들처럼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던 이동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