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2012년 8.5%에서 2013년 1.9%, 지난해 1.2%로 지속적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학교폭력을 다루는 언론보도는 연일 이어지고 있으며, 잠재적 학교폭력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 또한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학교와 경찰 그리고 지역단체들이 학교폭력의 뿌리를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학교폭력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원인이 아닌 결과만을 가지고 학교에 분풀이를 한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단순히 학교에서 발 벗고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교는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가 심도 있게 고민하고, 대처해 나아가야 할 문제다. 특히 가정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내 자녀는 괜찮겠지’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는 학교폭력이 없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모든 책임을 학교 측에 전가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학생들은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 고민을 털어 놓을 곳이 없다”는 말을 곧잘 한다.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좋은 학교, 좋은 학원, 성적이 좋은 친구와 사귀는 것이 아니다.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소소한 고민을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이런 점에서 학부모와 가정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구성원들이 상호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줘 아이들의 몸에 익혀줘야 한다. 아이들과 진정한 소통의 시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젠 자녀들의 성적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가진 고민을 먼저 묻고 들어줘야 한다. 자녀들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은연중 털어놓을 때에는 그 원인을 그들에게 돌리거나 가해학생을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고통을 미리 알지 못하고 대처해 주지 못한,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해 사죄부터 해야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피해로부터 지켜주겠다는 굳건한 믿음도 심어줘야 한다.
그리고 학교, 전문 상담기관, 학교전담 경찰관과 상담해 문제의 실타래를 천천히 풀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내 자녀 역시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어 다른 학생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한 학생을 바르고 행복하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이젠 가정과 사회공동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용호 경감(동두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