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시아 문화패권 노리는 중국, 지난해 한류 콘텐츠에 1조원 투자

입력 2015-04-13 22:47

국내 문화콘텐츠 전 분야에 ‘차이나 머니’(China Money)의 대규모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한류콘텐츠를 보호·육성할 수 있는 대표 문화기업을 하루빨리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중국 자본의 국내 문화콘텐츠 투자액은 알려진 금액만 7505억원에 달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비공개 투자금까지 포함하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자 대상도 엔터테인먼트 전문회사와 게임회사, 영화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있다. 중국기업 텐센트의 경우 지난해 ‘CJ게임스’와 ‘네시삼십삼분’ 등의 지분투자에만 6500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중국기업이 극장체인 메가박스 인수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약이 성사될 경우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분투자 이외에도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국내 창작인력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 중국에서 큰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연출한 장태유 PD는 중국에서 로맨틱코미디를 연출할 계획이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연출했던 신우철 PD는 중국의 사극을 연출하고 있다. 그 외 영화계에서도 중견 감독 뿐 아니라 미술·촬영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이 중국의 러브콜을 받고 다양한 작품을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최대 문화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두고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중국 미디어 그룹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국에서 연간 1000편 이상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업계 1위 화책미디어는 영화, 뉴미디어, 광고, 매니지먼트, 게임 등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다롄완다 그룹도 2012년 세계 2위의 극장 체인인 미국 AMC를 인수하며 세계 1위 극장 체인으로 발돋움 했다.

문화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한국은 장기적인 경쟁력 상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제작자가 창조한 문화상품의 판권 등 부가수익이 중국에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문화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잃게 된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 치우친 콘텐츠 기획과 개발에 치중할 경우 한류 콘텐츠의 독창성과 성장잠재력이 저해될 수 있다. 국내 제작자들과 제작 스태프가 용병화해 국내 문화산업이 중국의 하청기지화 될 공산도 커진다. 국내 문화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콘텐츠 제작 및 유통능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추진해 문화산업 전체의 외연과 부가가치를 키워야한다”면서 “CJ 등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문화기업을 글로벌 대표선수로 육성해 중국 문화자본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CJ는 지난 20년간 문화사업을 진두지휘하던 이재현 회장이 2013년 구속되면서 관련 투자에도 제동이 걸렸다. CJ관계자는 “문화사업은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