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포기하니 더 ´훨훨´…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 수원 상승세 주역

입력 2015-04-13 15:08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의 주장 염기훈(32)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염기훈은 “국내에선 수원 외에 다른 팀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며 재계약을 희망했다. 그러나 고액 연봉이 걸림돌이었다. 지난 1월 19일 수원 선수단이 스페인 말라가로 전지훈련을 떠나자 재계약을 하지 못한 그는 홀로 훈련을 했다.

염기훈은 1월 30일 연봉 삭감을 감수하고 수원과 1년간 재계약했다. 그리고 곧바로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그는 “전지훈련에 늦게 합류해 팀 조직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며 개인 훈련에 매달렸다. 땀은 배반하지 않았다. 염기훈은 최근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염기훈의 별명은 ‘왼발의 마법사’이다. 특히 왼발 프리킥은 일품이다. 지난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수원이 2-0으로 앞서 있던 후반 19분 강력한 왼발 프리킥으로 쐐기골을 꽂았다. 골문으로부터 31.7m 거리에서 찬 프리킥의 스피드는 시속 10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란스 티센 브리즈번 감독은 “염기훈은 예리한 왼발을 갖고 있는 훌륭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성남FC와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경기에서도 왼발 프리킥으로 골을 터뜨렸다. 염기훈의 그림 같은 프리킥의 비결은 연습이다. 매일 오전 훈련에 항상 먼저 나와 프리킥 연습을 한다.

염기훈이 ‘왼발의 마법사’가 된 데엔 아픈 사연이 있다. 여섯 살 무렵 자전거 뒤에 타고 가다 뒷바퀴에 오른쪽 발가락이 끼어 크게 다쳤다. 축구는 하고 싶은데 오른발 공을 제대로 못 차니까 왼발잡이로 변신한 것이다.

염기훈은 13일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3골 2도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1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수원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K리그 클래식에서 3승1무1패(승점 10)로 3위를 달리고 있고, 챔피언스리그에선 2승1무1패(승점 7)로 16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