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재(39) 베를린자유대 동아시아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의 정전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엔과 반기문 사무총장의 역할을 주문했다. 김 박사는 지난달 출간한 ‘판문점 체제의 기원’(후마니타스) 저자로 이 책은 “6·25전쟁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책”이라는 평가 속에서 관련 학계의 집중적 조명을 받고 있다.
김 박사는 지난 9일 잠시 한국을 다녀가는 길에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반 총장이 유엔에 있을 때, 유엔이 한국의 정전협상에 대한 공식적인 해석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최소한 유엔 내 관련 자료라도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개입해서 한국전쟁을 끝내놓고 그 이후 정전체제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방치한 상태로 60여년이 흘러왔다”면서 “특히 유엔은 한국전쟁 정전협상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데, 이 문제를 방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정부 시절 한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았으면서도 한반도 정전체제와 관련해서는 한 마디도 못 했다”면서 “현재의 정전체제가 이해당사국에 주는 이익이 크고 유엔이 워낙 거대해서 이슈화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유엔을 통한 해결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이나 세계는 한국전쟁을 잊었다”면서 “정전체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와 대화해야 하고, 세계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지구사’라는 새로운 맥락에서 이 문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쟁과 정전체제를 세계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백낙청의 ‘분단체제’나 박명림의 ‘53년 체제’란 개념을 우리끼리는 공유할 수 있겠지만 외국 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책에서 국제법과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한국의 정전체제를 들여다보고, ‘제네바체제’나 ‘반둥체제’처럼 고유명사를 사용해 ‘판문점 체제’라고 명명한 것은 세계와 대화하기 위한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 박사의 책은 한국의 정전체제가 국제사회의 자유주의 진영이 개입해서 만들어낸 평화기획이었다는 전제 하에 자유주의 평화기획이 세계적으로 어떻게 시작되고 전개됐으며, 한국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치밀하게 살핀다.
김 박사는 “정전문제를 다루는데 내셔널 히스토리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면서 “글로벌 히스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느냐만 질문해 왔다”며 “우리가 왜 아직도 정전체제를 살고 있느냐란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인터뷰] '판문점 체제의 기원' 김학재 ˝정전체제 해소 위해 유엔과 반기문 총장 역할해야˝
입력 2015-04-13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