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존스홉킨스대병원 교수, 자비 들여 국내 복강경 수술법 배우러 왔다

입력 2015-04-13 10:44
존스홉킨스대병원 진 헤 교수(오른쪽)가 복강경 수술법을 배우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 교수와 함께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 교수와 존스홉킨스대병원 진 헤 교수가 함게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세계 최고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의 외과 교수가 자비를 들여 국내 대학병원의 복강경 수술법을 배우러 왔다.

복강경 수술은 배를 열지 않고 배꼽을 포함한 복부에 0.5~1.5㎝ 크기의 작은 구멍을 한개 혹은 여러개 뚫은 뒤, 그 안에 수술 기구들을 넣고 모니터를 보며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존스홉킨스대학병원 외과 진 헤(Jin He) 조 교수다. 진 교수는 현재 복강경 수술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암뇌신경진료부원장)에게서 복강경 수술 기법을 배우고 있다. 지난달 5일부터 연수를 시작해 다음달 15일까지 한 교수에게 지도를 받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미국 내 여러 병원의 의료진이 한국에서 협력 연구나 단기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세계 최고의 존스홉킨스대병원 교수가 자기 돈을 들여 국내 병원에 연수온 것은 처음이다.

중국계인 진 조교수는 1996년 베이징의대를 졸업한 뒤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주립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2001.11~2008.06)를 거쳐 2008년부터 존스홉킨스병원 외과(종양학)에서 일하고 있다.

진 교수가 분당서울대병원 연수를 택한 것은 한 교수가 2012년 존스홉킨스대학병원에서 복강경 수술법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한 게 계기가 됐다.

진 교수는 “당시 존스홉킨스병원에서 (한 교수의) 복강경 수술에 대한 강의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한 교수는 이미 학계에서 간담췌 분야 복강경 수술의 선구자로 알려졌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 연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세계 최초로 복강경을 이용한 간절제술의 기준을 확립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 교수의 수술법은 당시 외과분야 최고권위 학술지인 ‘외과연보(Annals of Surgery)’에 논문으로 발표돼 주목받았으며, 이제는 세계학회의 수술 기준이 됐다. 한 교수는 또 세계 최초로 간내 결석의 복강경 치료에도 성공, 같은 저널에 잇따라 논문을 발표했다.

2013년 4월에는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CC)의 초청으로 이 병원에서 ‘간암 환자의 복강경 최신 수술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슬론 케터링 암센터는 텍사스의 엠디 앤더슨 암센터와 함께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암병원이다.

이처럼 한 교수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난해에는 엠디 앤더슨 암센터의 클라디우스 콘라드 교수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존스홉킨스병원 외과 크리스 볼프강 교수는 조교수에서 풀타임 정 교수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한 교수에게 학교 측에 제출할 추천서를 부탁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윤유석 교수는 “(한 교수는) 해외연수 경험 없이 독학으로 복강경 수술 분야의 대가가 됐다. 일본과 미국은 물론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세계 각지의 의사들이 간담췌 분야 복강경 수술을 배우기 위해 연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과거에는 우리나라 의사들이 미국 가서 선진의료를 배워왔지만, 이제 특정 분야에서는 그들에게 최신 치료법을 가르쳐 주는 상황이 됐다”면서 “우리 외과 수준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