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이 더딘데도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있다. 32개월 연속으로 늘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까지 불어났다. 한때 ‘고용 없는 성장’의 상징이던 제조업에서 ‘성장 없는 고용’ 조짐이 나타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고개를 든다.
13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2월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9000명(3.7%) 늘어난 44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현행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통계를 낸 2004년 이래 가장 많았다. 산업분류 체계가 다소 바뀌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2003년 이전의 제조업 취업자 통계까지 따져보면 외환위기 초입인 1997년 12월(447만7000명) 이후 최대치다.
2010년 당시 제조업 취업자가 늘어날 때만 해도 경기회복 영향으로 보는 해석이 많았다. 실제로 제조업 생산은 2009년 0.2% 감소했다가 2010~2011년에 각각 16.7%, 6.0% 증가했다. 하지만 그 후로는 경기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측면이 많다. 2012~2014년 제조업 생산은 각각 1.4%, 0.7%, 0.1% 늘어 증가폭이 둔화했는데도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성장 없는 고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노동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베이비부머들의 구직활동이 활발해진 영향일 수 있다”며 “이런 공급 주도 상황에선 고용이 늘어도 임금은 정체되거나 ‘성장없는 고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시간 근로 확대나 법정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이 있는지도 주목했다.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가 미쳤을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공장을 해외로 옮겼다가 다시 국내로 들아오는 ‘유턴 기업’이 늘어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도 그렇지만 제조업의 혁신으로 정보기술 등의 분야에서 3D프린터처럼 새로운 영역이 생긴 영향일 수 있다”며 제조업의 새로운 영역 확장을 주시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제조업 일자리 17년 만에 최대 수준… ‘성장 없는 고용’
입력 2015-04-13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