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사관 테러, 한국 겨냥? 외국대사관 테러 일환?

입력 2015-04-12 22:36
12일(현지시간)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발생한 이슬람 무장 세력에 의한 한국 대사관 총격 사건이 어떤 의도로 발생한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을 겨냥한 테러인지, 아니면 일련의 외국 대사관 테러 일환으로 벌어진 일인지를 분석 중이다.

테러를 가한 단체는 트위터에서 “이슬람국가(IS) 트리폴리 지부는 다음과 같이 발표한다. 트리폴리시의 준드 알칼리파(IS군대)는 한국 대사관 경비 2명을 제거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테러 목적이나 동기는 밝히지 않았다.

이들이 IS 지부를 천명하면서 테러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IS의 지령을 받았거나,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차원에서 이번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IS 연계 조직들은 이전에도 리비아에서 벌어진 외국 공관 대상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적이 여러 차례 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 붕괴 후 트리폴리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이슬람계와 비이슬람계 민병대 간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트리폴리는 이슬람계 민병대가 대부분 장악한 상태이며 리비아 정부는 동부 도시 토브루크로 피신해 있다.

IS 리비아 지부도 이슬람계 민병대에 속하며 이들은 지난해 10월 IS에게 충성을 맹세한 바 있다. IS 지부는 지난 2월 리비아 동부에서 이집트 콥트교도 수십명을 집단참수했고, 1월에는 트리폴리의 코린시아 호텔을 급습, 외국인 10명을 죽이기도 했다.

트리폴리에 있는 외국 공관에 대한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사관이 IS의 공격을 받았고 지난 2월 말에도 트리폴리 주재 이란 대사관이 목표가 됐다.

하지만 이들 대사관과 한국 대사관의 공격 방식은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집트와 UAE, 이란 대사관은 차량폭탄 공격 또는 급조폭발물(IED)을 공관 옆에 심어 폭발시켜 공격했다. 건물 자체를 붕괴시켜 대형 인명피해를 노린 것이다. 반면 한국 대사관 공격은 건물보다는 사람을 겨냥해 조준 사격하는 방식이었다. 인적이 드물고 경비만 있는 한밤중에 사건이 발생한 것도 경비를 겨냥했을 것이란 추정을 뒷받침한다. IS 추종세력은 경찰이나 군인, 외국 공관 경비 등 공권력을 공격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이번 일도 그런 차원에서 벌어졌을 수 있다.

다만 지난 1월 시리아에서 벌어진 일본인 인질 사건 때처럼 동양권 국가나 국민에 대한 공격은 다른 사건에 비해 더 큰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아 우리 공관을 의도적으로 노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이 타깃이었냐’는 질문에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 “트위터에 경비원 2명을 제거했다고 돼 있으니, 경비를 공격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억한 감정이 있으면 트위터에 썼을 텐데 그게 아니고 경비원 2명을 제거했다고 돼 있다”고 덧붙였다.

손병호 신창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