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2012년 ‘불법대선자금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입력 2015-04-12 17:20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각종 의혹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 당시 ‘검은 돈의 흐름’에 집중되는 형국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직전 폭로한 금품수수 의혹 수사에 들이댈 검찰의 칼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2년 대선자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실상으로 드러날 경우,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치명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전방위 정치자금 수사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측근비리 등 ‘도덕적 흠결’이 없었다는 점에서 역대 정부와 차별화됐던 박근혜정부로선 벌써 타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성 전 회장이 2012년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이던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전·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망라한 데다 친박(친박근혜) 주류 등 여권 최고위급 상당수가 성 전 회장의 메모에 오른 것 자체로도 이미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여권에선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규제개혁 등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 굵직한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집권 1·2년차를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세월호 참사로 허비하며 개혁 과제를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한 박근혜정부가 또 다시 대형 악재를 만났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정치권 ‘마당발 인맥’을 구축했던 성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성 전 회장은 2000년 충청포럼을 만들어 정·관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쌓았다.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행담도 개발 비리에 각각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뒤 노무현정부에서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검찰 수사가 야권으로도 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 수사에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은 4·29 재·보궐 선거뿐 아니라 내년 총선 이후까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 없는 철저하고 신속한 검찰 수사를 통해 국민의 의혹을 씻어 하루빨리 이 충격에서 벗어나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밝혔다.

여당 대표가 직접 긴급기자회견을 열며 불끄기에 나섰지만 야당은 이번 사건을 ‘친박 게이트’라고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 대선자금의 실체를 밝히라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대통령이 나서서 전직 비서실장들과 함께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거나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