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전방위 구명전화를 한 사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인사들을 가리지 않고 구명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돼 “여권에서 대통령 빼고는 다 전화를 받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2일 긴급기자회견에서 “한번은 계속 서너 차례 걸려온 전화가 있어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전화를 했더니 성 전 회장이었다”며 “이야기 내용은 ‘억울하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계없는데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그래서 ‘검찰에서 없는 죄를 뒤집어씌울 수가 있겠느냐, 변호사 대동하고 조사를 잘 받으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며 전화를 받은 시기에 대해서는 “사망하기 4∼5일 전 정도 되는 거 같다”고 전했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비슷한 구명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 위원은 이날 충남 서산시 서산의료원에 마련된 성 전 회장 빈소에서 “성 회장이 (나에게) 전화도 했고, 만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게도 구명 전화가 갔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해명에서 “통화에서 성 회장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당당하게 수사를 받으라’고 했더니 섭섭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허태열 전 비서실장도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최근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전화가 엄청 많이 왔다. 그런데 안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분(성 전 회장)이 조사받고 할 때 전화 받은 일이 없다”면서도 “다만 저 분이 잘 알고, 나도 아는 의원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좀 도움을 청하는 그런 전화는 있었다”고 했다. 여당과 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모두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은 셈이다.
결국 성 전 회장은 구명 전화를 했던 이들 중 일부를 ‘성완종 리스트’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여권 핵심 인사들을 대상으로 구명운동을 벌였으나 좌절되자 배신감에 폭로를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친박계를 겨냥했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인 지난 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의원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났고 그 뒤 박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친박’이라는 점을 강조해 친박계에 일종의 폭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성완종 전방위 구명로비… 좌절되자 폭로했나
입력 2015-04-12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