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러시아 특사카드 물밑접촉 노림수?

입력 2015-04-12 16:21

정부의 러시아 전승행사 ‘윤상현 특사 파견’카드가 정치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진 않지만, 새누리당 ‘친박 핵심’이자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 의원이 북한 고위급 인사와 물밑 접촉에 나설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 사전 조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의 2차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은 러시아 측이 박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함께 초청하면서 주목받았다. 러시아 현지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예견됐지만, 정부는 박 대통령의 불참과 윤 의원의 특사 파견을 결정했다.

정부 결정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현재의 남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이 러시아와 사이가 틀어진 상황에서 영국 독일 등 서방국가들은 잇따라 정상 참석을 회피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최우방국인 미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 남북 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무턱대도 박 대통령이 김 제1비서를 만난다는 것도 정부로선 부담으로 작용한 듯 하다. 박 대통령은 “만남을 위한 만남은 의미가 없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김 제1비서와 실질적 대화가 가능해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지금 (박 대통령이) 김 제1비서를 만난다 해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성과를 낼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평소부터 “비밀접촉을 해야 남북관계 돌파구가 열린다”는 지론을 펴왔다. 북측은 김 제1비서의 행사참석 의사를 이미 러시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대표단의 규모는 김 제1비서의 첫 해외방문인 만큼 상당수 고위급 인사가 포함된 대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윤 의원은 김 제1비서가 예정대로 전승행사에 참석할 경우 북한 측 고위급 인사와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의원 파견의 또 다른 배경은 러시아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한·러 수교 25주년과 ‘상호 방문의 해’를 고려해 박 대통령을 초청한 ‘크레믈린’측에 대해 우리 정부로선 박 대통령 정무특보이자 거물급 친박 인사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모양새를 내려 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박 대통령은) 국내 일정으로 못 가는 것으로 안다”면서 “(윤 의원은)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 중 한 분으로, 한·러 관계를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