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번개를 맞아 바다에 추락하기 직전이던 여객기가 불과 7초를 남겨두고 기적적으로 사고를 모면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12월 14일 저녁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출발해 북부 셰틀랜드섬 섬버그 공항으로 향하던 로건에어항공 소속 여객기가 해상추락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사브 2000 기종의 소형 여객기는 승객 30명과 승무원 3명을 태운 채 초속 32m의 강풍과 함께 눈비, 우박이 휘날리는 악천후를 뚫고 북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42세의 기장은 도저히 착륙할 수 없다고 보고 도착지를 11㎞ 남긴 상황에서 회항을 결정했다.
그러나 기수를 돌린 뒤 몇 분 지나지 않아 조종석 유리창을 통해 번개가 비치더니 기수 부근을 강타했다. 전류가 비행기 꼬리를 통해 빠져나가기까지 비행기 전신을 훑었다.
기장과 부기장은 운항속도가 떨어지자 번개 탓에 자동운항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 것으로 착각하고 서둘러 항공기를 정상으로 되찾으려 했다. 조종사들이 고도를 높이려 안간힘을 썼지만 자동운항 시스템은 이들의 수동 조종을 모두 차단했다. 심지어 부기장은 조난신호 ‘메이데이’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고도가 1200m에 이르렀을 무렵 비행기는 갑자기 기수가 아래로 향하며 분당 2900m의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20초 있다가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할 위기였다. 335m까지 떨어지고서야 ‘급상승’ 경고음이 조종실에 울려 퍼졌고 기장은 엔진출력을 높여 조종간을 올렸다. 그제야 비행기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추락 불과 7초 전이었다.
이후 비행기는 애버딘으로 순항해 안전하게 착륙했고 크게 놀란 승객들도 차례로 비행기에서 빠져나왔다. 항공기는 경미한 피해만 봤을 뿐이었다.
이 비행기에 탔던 탑승객은 “비행기가 급하강하다 다시 상승하자 승객들이 서로 돌아보며 ‘오 마이 갓, 대체 무슨 일이야’를 외쳤다. 통로쪽 한 남자는 헤드라이트에 비춰진 토끼 눈을 하고 있었다”며 “엉터리 조종사였다면 끔찍한 악몽이 될 뻔했다”고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추락 7초 남기고 겨우 사고 면한 영국 여객기 사연 뒤늦게 화제
입력 2015-04-11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