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정당 르펜 부녀 “정계은퇴하라” 공방 가열

입력 2015-04-10 19:41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와 그녀의 아버지인 장 마리 르펜 명예대표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르펜 대표는 9일(현지시간) 현지 TV TF1과 인터뷰에서 ‘나치 가스실’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아버지 르펜 명예대표는 정계에서 은퇴하라고 촉구했다.

르펜 대표는 최근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한) 가스실은 제2차 세계대전 역사의 (수많은) 소소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르펜 명예대표를 징계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르펜 명예대표는 또 극우파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스페인에서 태어나 귀화한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를 이민자라고 불러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독일의 프랑스의 점령 시 히틀러에 협력한 필리페 페탱 장군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르펜 대표는 “명예대표가 국민전선을 인질로 잡는 것을 내버려둘 수 없다”면서 “그의 작전은 초토 작전(焦土作戰)과 정치적 자살 중간쯤인 것 같은데 나뿐 아니라 국민전선에 큰 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마리 르펜은 딸의 정계 은퇴 요구를 일축했다.

르펜 명예 대표는 10일 현지 라디오 RTL과 인터뷰에서 계속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나는 정치인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자신을 징계한다면 싸울 것이라며 올해 말 지방선거에도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르펜 대표는 아버지의 지방선거 출마에 반대한다고 이미 말했다.

마린 르펜은 국민전선 창설자인 아버지로부터 2011년 대표 자리를 물려받은 뒤 인종차별적이고 반(反)유대 정당이라는 당의 나쁜 이미지를 씻고 보통 정당으로 변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르펜 대표는 대신 반 유럽연합(EU), 반 이민 등을 당의 핵심 기치로 내세우며 작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제1당에 오르는 등 작년 이후 잇단 선거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왔다.

그러나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르펜 명예 대표가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 진출이 유력한 딸이 자신을 비판함으로써 좀 더 주류 정치인으로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도발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