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이 낳은 건설인, 북한산에 잠들다” 성완종 설립 충청포럼은?

입력 2015-04-11 06:05

자수성가한 기업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했다. 한국정치사의 비극으로 기록될 이 사건에는 정계와 재계의 커넥션 역할을 했던 ‘충청포럼’이 밀접히 관련돼 있다.

회원 수 3500명의 충청포럼

성 전 회장은 2000년 충청도 출신 정·관계 인사들과 충청포럼을 창립한다. 충청권에서도 대권 주자를 만들어보자는 야심 찬 출발. 충청포럼은 전국에 10개 지부와 100여개 지회를 갖는 거대조직으로 급속히 성장한다. 현재 회원 수만 3500명.

대권주자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표적인 충청포럼 회원이다. 새누리당 홍문표, 이명수 의원과 고흥길 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 등도 충청포럼에 가입돼 있다. 야당에선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과 권선택 대전 광역시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역시 충청포럼 창립의 주도적 멤버다. 가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충청포럼 관련 행사에 참석한다고 알려졌다. 반 총장의 친동생인 반기상씨는 현재 경남기업 상임고문으로 7년째 재직 중이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서청원 의원의 참모였던 윤승모 광명나비박물관 대표 역시 경남기업 부사장을 맡았었다.

경남기업, 3번의 워크아웃을 벗어나다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은 지난 1999년부터 3번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거쳤다. 하지만 번번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명단에서 제외된다. 절정은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2차례 워크아웃 심사과정이었다. 다른 부실 건설사들이 대부분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 경남기업은 내부 구조조정을 피했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았다. 2004년 자유민주연합에 불법 정치자금 16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해인 2005년 5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남은 형기가 면제됐다.

성 전 회장은 이후 행담도 개발 비리에도 연루돼 다시 기소됐다. 당시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2007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또 다시 특별사면을 받았다.

자수성가한 기업인

성 전 회장은 충남 서산시 해미면 홍천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상경했다. 신문배달과 약배달 등으로 모은 종자돈 100만원으로 매출 2조원의 대형 건설사를 일궜다.

성 전 회장은 2003년 충청권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특보단장을 맡아 김종필 당시 총재를 보좌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측면지원했다.

성 전 회장이 정권 핵심들과 친분을 쌓은 배경에는 충청포럼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성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득 전 의원,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등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련의 정치인

성 전 회장은 300억을 들여 ‘서산장학재단’을 만들었다. 매년 초중고 학생들에게 20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지급한 학생 수는 2만명에 달한다.

이 ‘서산장학재단’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만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선진통일당 소속으로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에서 19대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에 걸려 정치권과의 인연을 끝맺고 만다. 총선 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서산장학재단으로 지역주민을 지원한 게 문제가 돼 검찰 수사를 받았고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500만원이 확정된 것이다.

성 전 회장은 한달여 전 새정치민주연합의 충청권 중진인 박병석 의원을 만나 자신의 의원직 상실과 자원외교 수사 등을 언급하면서 “새누리당은 다 살고 나만 죽었다. 누구는 나보다 더 심한데 살고, 나만 의원직을 상실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죽음

성 전 회장은 9일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해 250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800억원대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날 오전 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었다.

성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일한 경력 때문에 ‘MB맨’으로 지칭되는 데 억울함을 표현했다. 그는 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 신분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MB맨이 아니고 검찰이 덧씌운 혐의도 사실과 다르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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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