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끝까지 “억울하다”… 경남기업 수사 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15-04-10 17:13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은 검찰 수사를 ‘MB맨으로 오해한 데 따른 표적수사’로 봤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지난달 18일 성 전 회장 자택과 경남기업 본사, 부인 명의 계열사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시작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자원개발과 관련해 대표적 사례로 먼저 수사받는 게 억울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정부로부터 자원개발 명목으로 성공불융자금을 타낸 기업은 경남기업 외에도 대기업을 포함해 수십곳이 있다.

검찰은 이런 논란에 일관되게 대응했다. ‘사람을 본 게 아니라 비리를 본 수사’라고 설명했다. 경남기업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할 만큼 충분히 내사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착수 직후인 지난달 19일에 “성공불융자를 받는 것만으로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 없다”거나 “혐의가 짙거나 혐의가 포착된 부분만 수사 대상”이라고 강조했었다. 성공불융자금을 받은 다른 기업에 비해 경남기업은 재무구조가 매우 불량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 “초점은 경남기업이 국가예산에서 지원되는 성공불융자금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보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밝혔다. “사용처를 보는 게 제일 급한 부분”이라며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이런 검찰은 지난달 20일에 워크아웃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한 주채권은행 신한은행, 경남기업의 신용도를 잘 아는 신용평가업계로부터 각각 자료를 제출받았다. 탈세 여부 등을 포함한 자금 흐름 전반을 엄밀히 따지기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국세청과 관세청으로부터도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성 전 회장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성공불융자금 유용 의혹 수사를 매우 억울해했다. 그는 ‘성공불융자금이 ‘선집행 후보증’ 방식이기 때문에 추후에 지원금을 어떻게 썼는지 완벽하게 입증하기란 어려운 것 아니냐'는 토로도 했다고 전해진다. 기자회견에선 “자원개발 관련해 1300억원을 투자한 뒤 손실을 입었고, 정부에서 받은 융자금은 300억원가량”이라며 돈을 착복할 수 없는 구조임을 강조했다. 검찰은 이런 변론을 주의 깊게 들었고, 지난달 23일 경남기업의 성공불융자금을 두고 “일정 부분은 제대로 구분해서 사용한 듯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달 들어 1일에 성 전 회장의 부인, 3일에 성 전 회장을 소환조사했다. 18시간가량 이뤄진 조사에서 성 전 회장은 답답해했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할 때 기자들에게 다소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6일에 크게 3가지 혐의를 제시하며 성 전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검찰 수사 대응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자주 실무자들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는 게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대부분 쟁점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성 전 회장은 9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대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