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0일 사망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거론되자 적극 해명하면서 대응했다. 당초 일부언론에 허태열·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 관련 보도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대응하지 않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청와대는 오후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이 실장의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이 언급된 것은 성 전 회장의 금품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고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2대 비서실장인 허·김 전 실장의 공식입장 역시 청와대를 통해 나왔다. 청와대는 두 전임 비서실장이 현재 청와대에 몸 담고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직접 사실 관계를 파악할 상황이 아니라고 봤으나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 아래 적극 대응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일단 숨진 성 전 회장의 일방적인 주장인 만큼 불필요한 의혹이 양산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팽배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금품전달 주장을 내놓은 분은 돌아가신 상황이라서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 파문에서 벗어나 모처럼 박근혜정부 3년차 개혁과제 추진에 매진하는 시점에 터진 돌발 악재가 또다시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박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이후 원활한 소통 행보 속에 국정 드라이브에 한껏 탄력이 붓는 상황인데 다시 어려운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여기에는 지난해 문건 파동 당시 불거졌던 여러 의혹들이 검찰 수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결론 났지만, 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은 물론 국정운영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폭로의 당사자인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인데다 야당이 보도내용을 근거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경우 2007년 대선 경선 전후 자금전달 의혹을 둘러싼 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로선 부담스럽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청와대 곤혹 속 적극 대응으로 선회
입력 2015-04-10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