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단체로 물건을 훔쳐 귀국했던 일본 학생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자녀의 범행을 전해들은 일본 학부모들이 직접 결정한 일이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쇼핑몰에서 벨트와 지갑, 키홀더 같은 252만원 상당의 액세서리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A(17)군 등 일본 고교 축구부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중구 동대문쇼핑몰 내 9개 매장에서 252만원 상당의 액세서리 64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고교 축구부와 친선경기를 하러 입국한 고3 학생들이었다. 범행한 건 경기 일정이 끝난 다음날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였다.
귀국 전 선물을 사러 동대문쇼핑몰을 방문한 이들은 매장마다 종업원이 없는 것을 보고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물건을 훔쳤다. 대개 업주나 직원이 늦게 출근한 매장이었다. 당시 축구부 감독을 비롯한 인솔 교사들은 쇼핑몰에 들어가지 않고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TV 영상을 분석해 절도범들이 입고 있던 축구유니폼과 거기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소속 학교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학생들은 이미 일본으로 돌아간 뒤였다. 경찰은 학교 측에 연락해 재입국을 요청했다. 서울로 돌아와 응당한 처분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거부한다면 신병을 확보할 때까지 재판을 미루는 기소중지 상태가 되거나 피고인 없이 유·무죄를 가리는 궐석재판을 받는다.
한국 경찰의 연락을 받고 학교에서 대책회의가 열렸다. 감독·교사·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였다. 아이들 문제를 어떻게 할지 의논하는 자리였다. 부모들은 모두 자녀를 한국에 돌려보내 조사받게 하기로 했다. 이 회의 전까지 조사받겠다는 학생은 절반 정도였다. 학생들은 이달 초 이틀에 걸쳐 입국해 조사를 받았다. 감독이 인솔하고 부모는 동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다들 미성년자인 데다 자진 출석해 범행을 시인했고 피해품을 모두 돌려줘 재판까지는 안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학부모들이 정직한 결정을 내렸다. 우리나라 부모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서울서 단체로 절도행위’ 日축구부 학생들 한국으로 돌아와 경찰 조사받아
입력 2015-04-10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