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오드리 헵번(1929.5.4~1993.1.20)의 아들 션 헵번이 제안한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이 삐걱거리고 있다. 전남 진도군이 참사 발생의 이미지가 국내외적으로 각인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은 헵번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10일 오후 전남 진도군 백동 무궁화동산에서 기념식수를 한다.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이 동산에 3000㎡ 규모의 은행나무를 심어 ‘세월호 기억의 숲’으로 조성하기 위해 첫발을 떼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기념식수가 이뤄질 곳은 임시부지로 전해졌다.
진도군은 지난 8일 트리플래닛의 협조 요청에 공문을 보내 사실상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군은 삼별초군 항전지 남도석성 진입로에 무궁화를 심어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기존 무궁화 동산의 조성 취지와 어긋나는데다 팽목항 주변에 이미 국가적 차원의 추모공원 건립이 예정돼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기억의 숲은 추모공원 안에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군은 추후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 때 옮겨 심는 것을 전제로 이날 기념식과 기념식수를 조건부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추모공간이 여러 곳에 조성되면 진도군이 참사 발생지라는 이미지를 떨치기 어렵게 된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세월호 추모공원에 숲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군의 공식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는 “세월호 1주년을 기점으로 첫 번째 숲을 만들 계획”이라며 “임시로 나무를 심고 전남도, 진도군과 협의해 앞으로 문을 열 추모공원에 이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추모공원은 용역예산만 배정됐을 뿐 아직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수년간은 무궁화 동산에 추모 숲이 임시로 자리를 잡게 될 전망이다.
진도=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오드리 헵번 아들 참여한 세월의 기억의 숲 조성 시작부터 삐걱
입력 2015-04-10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