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무현? 이젠 대놓고 일밍아웃”… KBS 일베 그래픽 논란

입력 2015-04-10 09:58
KBS 인터넷 스페셜 스포츠 프로그램 ‘이광용의 옐로우카드 2’ 제134회에서 독일 바이에른 뮌헨(FC Bayern Munchen)의 앰블럼 속 구단 명칭을 ‘바이에른 무현(FC Bayern muhyun)’으로 바꾼 그림이 삽입됐다. 일베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아 변형한 그림이다. / 방송 화면촬영

KBS가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일베 회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아 변형한 그림을 스포츠 프로그램의 그래픽으로 사용해 비난을 샀다. 진행자는 사과했다.

축구팬들은 10일 트위터에서 KBS 인터넷 스페셜 스포츠 프로그램 ‘이광용의 옐로우카드 2’의 자료영상을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편성되지 않고 30분 분량의 VOD로 서비스하는 인터넷방송이다. 이광용(40) 아나운서가 진행한다. 2008년에 했던 동명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면서 2012년부터 두 번째 시즌을 방송 중이다.

문제의 상황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주제로 지난 8일 방송한 제134회에서 발생했다. 스튜디오의 배경화면용으로 놓인 모니터 속 그래픽에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FC Bayern Munchen)의 앰블럼 속 구단 명칭을 ‘바이에른 무현(FC Bayern muhyun)’으로 바꾼 그림이 삽입됐다. 일베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아 변형한 그림이었다.

일베는 그동안 노 전 대통령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롱하거나 여성, 전라도, 외국인에 대한 혐오로 물의를 빚었다. 보수를 표방하지만 상식적인 보수와 다르게 극단적인 성향으로 보이고 있다. 보수 성향의 정치인, 언론인, 연예인들도 일베와는 거리를 두는 이유다.

이 아나운서와 한준희(45) 해설위원 등 축구전문가들은 일베 그림이 배경화면으로 사용된 사실을 모르고 토론을 계속했다. 축구팬들은 들끓었다. KBS가 최근 일베 회원을 수습기자로 채용하면서 벌어진 논란과 공교롭게 맞물리면서 논란은 커졌다. 네티즌들은 “제작진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일베가 공영방송사까지 점령하고 있다” “고의든 실수든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폐지 여론까지 불거졌다.

이 아나운서는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다. SNS를 타고 확산되는 논란의 크기를 의식한 듯 올린 시간은 새벽이었다. 그는 “제작진이 그래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실수를 범했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잘못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제대로 확인하겠다”며 “방송을 시작하고 가장 부끄러운 밤이다”라고 했다. KBS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134회 방송을 삭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