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사망 파문]방송, 극단적 선택 말라 호소…검찰, 일 터지자 "불행한 일 안타깝다"

입력 2015-04-10 00:06
성완종 사망에 검찰 '당혹'…"불행한 일 안타깝다"(종합)…"고인 관련 수사 진행 어려워…자원개발·부패척결 수사는 계속"

자원외교 관련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숨졌다는 소식에 검찰이 당혹감에 휩싸였다.

성 전 회장이 자택을 나선 뒤 실종됐다는 소식이 이날 오전 9시께 전해진 이후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하며 대책 회의를 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성 전 회장이 전날 기자회견까지 열어 "나는 MB맨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터라 그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일 때 검찰은 "경찰과 긴밀히 공조해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되자 검찰은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인이 지난주 금요일 출석할 때도 냉정함을 유지한 상태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입장을 정확히 밝히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루 사이에 불행한 일이 발생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어젯밤 늦게까지도 변호인과 통화해 오늘 오전 9시 반에 만나 법정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고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성 전 회장의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검찰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 변호인이 3명이나 배석해 전 과정에 참여했다"면서 "어떤 문제제기도 현재까지는 들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수사가 일종의 '표적수사'나 '정치수사'라는 뉘앙스로 불만을 표한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인이 조사를 받으며 본인의 잘못을 한결같이 부인했고, 그 입장을 충분히 듣는 과정이었다. 다른 얘기가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면서 "검찰은 비리를 보는 것이지, 사람을 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 수사를 더 진행하기 어려워졌으나 해외 자원개발 비리나 부패척결에 관련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자원개발 비리는 국가 재정,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고,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 흔들림없이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요 피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검찰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심문을 기다리는 피의자의 심적 고통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현행법 안에서 허용된 신병 확보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느 방송을 보니 앵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계속 하더라. 저희도 아침부터 시신 발견까지 (성 전 회장이) 살아있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하루를 보냈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