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비리 연루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실종 8시간여 만에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 병력 1400여명과 헬기까지 동원됐지만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다.
성 전 회장은 자필로 쓴 유서를 자신의 책상 위에 남긴 채 9일 오전 5시11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을 나섰다. 유서에는 ‘나는 혐의가 없고 결백한 사람이다’ ‘어머니 묘소에 묻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자택 인근 CCTV에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주택가를 걸어가는 성 전 회장의 모습이 잡혔다. 그는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오른팔을 앞뒤로 크게 휘두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곧이어 성 전 회장은 인근 호텔 앞에서 택시에 올라탔다. 이게 마지막 모습이다.
실종신고를 접수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평소 자주 찾는 장소 등을 대상으로 수색에 나섰다. 오전 8시40분쯤 종로구 평창동 인근 기지국에 휴대전화 신호가 포착됐다. 평창동 인근 세 곳에서 성 전 회장의 위치 정보가 번갈아 잡혔다.
경찰은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이 일대를 샅샅이 훑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인근 건물 내부까지 수색했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한때 평창파출소로 “야산 골프장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 같다”는 인근 주민의 신고가 들어왔지만 오인 신고였다.
경찰은 오후 들어 서대문구 홍제동과 성북구 국민대 인근으로까지 수색범위를 확대했다. 경찰특공대 등 1400여명과 헬기 3대, 경찰탐지견 5마리를 투입해 북한산 비봉능선까지 뒤졌다. 결국 오후 3시32분쯤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 산 속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성 전 회장의 부인 동영숙(62)씨와 둘째 아들 부부는 이때까지 자택에서 수사 상황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자택 앞에서 만난 경남기업 관계자는 “평소 등산을 좋아해 지인이나 회사 관계자와 자주 북한산을 찾았다”며 “특별한 징후가 없었기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바로 전날인 8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후 돌아온 것은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이었다. 난 ‘MB맨’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러 번 눈물을 보이면서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은 9일 오전 10시30분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의 유서는 유가족에게 소유권이 있고,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시신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유족에게 인계하거나 부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강창욱 전수민 황인호 기자 listen@kmib.co.kr
[성완종 전회장 사망] 영장심사일에 유서 쓰고 가출 극단적 선택… 헬기 3대 동원 수색
입력 2015-04-09 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