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B) 제품이 국내 시장을 넘어 잇달아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업체 간 차별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PB 제품을 강화한 결과 상품력을 인정받자 수출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국내 업계 처음으로 PB 과자 8종과 도시락용 김 등 모두 1300여 박스를 말레이시아 세븐일레븐에 수출한다고 9일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전 세계 18개국에 진출한 편의점 브랜드지만 국가별 운영 주체는 다르다.
세븐일레븐은 PB 제품 판로 개척을 위해 전 세계 세븐일레븐에 샘플을 보내 현지 판매를 제안했다. 말레이시아가 가장 적극적으로 판매를 요청해 수출에 나섰고, 필리핀도 이달 중순 관계자가 방한해 관련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세븐일레븐은 테스트 판매를 진행한 후 향후 품목 수와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 1일에는 홈플러스가 중국 최대 유통업체인 뱅가드를 통해 PB 제품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국내 대·중소기업과 함께 만든 150여개 PB 제품, 100만 달러어치를 먼저 공급한다. 뱅가드는 중국 내에서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41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최대 유통업체로 향후 국내 제품의 판로 개척에 주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2013년부터 홍콩에 자체 브랜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인 PB는 그동안 국내 업체 간 경쟁 과정에서 상품성을 높여왔다. 편의점은 업체에 따라 매출 비중이 30% 안팎을 기록할 정도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편의점 CU의 경우 2013년 7.6%였던 PB 제품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9.1%로 상승한 후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22.8% 급증했다. 대형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최근 창립 17주년 행사에서 현재 20% 수준인 PB 제품 매출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PB 제품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맞춰 해외에서도 이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국,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다 PB 제품의 경우 가격이 싸고 중간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비슷한 품질의 제품이라면 PB 제품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편의점·대형마트 PB 제품도 해외 수출 시대 열리나
입력 2015-04-09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