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한국의 메디치가문 명예에 책임감 갖고 기업 후원 열심히 하겠다"

입력 2015-04-09 18:07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국의 ‘메디치가문’으로 꼽힌다.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은 판소리 명창 임방울, 한국화가 허백련 등을 후원했다. 1977년 문화재단을 설립해 클래식 영재 발굴에 나서 피아니스트 김선욱,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등을 배출했다. 단편영화를 후원하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도 올해로 12년째다. 후원금으로 치자면 규모가 더 큰 기업도 있지만, 금호는 오너가 꾸준히 직접 관심을 갖고 문화예술을 후원해왔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박삼구(70) 회장은 지난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몽블랑상’도 받았다. 그러니 박 회장이 지난 2월 25일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에 취임한 것도 뜻밖의 일은 아니다. 1994년 창립된 한국메세나협회는 기업 후원을 기반으로 경제와 예술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박 회장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9대 메세나협회 회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메디치가문이라는 명예를 주신 데 큰 책임감을 갖고, 이를 이어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재는 키우고, 문화는 가꾸라’고 하셨던 박성용 명예회장이 메세나협회 5대 회장으로 취임했지만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명예회장이 못다 이룬 일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에 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개발 시대엔 우리기업들이 문화를 후원할 여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삼성 현대차처럼 굵직한 기업도 나오지 않았나. 이제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수도권 중심으로 시행되는 ‘문화가 있는 날’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2009년부터 시행중인 ‘문화접대비 제도’를 많은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