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경제로 시작해 경제로 끝이 났다. 연설 제목은 ‘대한민국 경제, 크게 보고 크게 바꿔야 합니다’였다. 한 시간 남짓한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는 100번이나 나왔다. 경제를 성장, 노동, 복지 등으로 세분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전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이 보수의 새로운 길을 내다보는 ‘망원경’이라면, 문 대표의 연설은 디테일을 파고드는 ‘현미경’에 견줄 수 있다.
◇경제 100회, 소득 56회, 성장 43회=문 대표의 연설에서는 경제라는 단어가 100번 등장한 것 외에도, 소득이 56회, 성장이 43회나 등장했다.
문 대표는 “이명박정부에서 시작한 부자감세 7년이 됐다. 지금 결과는 어떤가”라며 “재벌대기업 금고만 채우고 국민의 지갑은 텅 비었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경제 담론으로 ‘새경제(New Economy)’를 내세우며 공정한 경제, 소득주도성장, 사람 중심의 경제철학 3가지를 제안했다.
문 대표는 공정한 경제와 관련,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도 “이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모두가 힘을 합해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경제 방법론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임금소득 실질적 상승·노동시장 양극화 개선, 생활비 경감, 공정한 조세를 제시했다.
문 대표는 새경제의 철학과 관련,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며 “정부 예산은 물적 자본 형성이 아니라 인적 자본의 축적을 위해 집중 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나 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문 대표는 안보와 관련 “남북관계를 잘 풀어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안보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나 북핵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이날 연설에서 ‘정치’는 14회, ‘통일’은 1회, ‘복지’는 8차례에 언급되는 데 그쳤다.
◇디테일한 통계 제시, 정치인으로는 DJ와 루스벨트 언급 =문 대표는 연설에서 청년실업률, 노인자살률 등 경제 복지 관련 통계를 소수점 이하까지 언급하는 등 디테일을 강조했다. 일례로 실질소득과 관련, “2000년~2012년 기간 동안 국민 전체 평균 실질소득은 9.9%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상위 10%의 평균 실질소득은 39.3%로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해외 최신 연구 자료도 소개했다. 문 대표는 세계보건기구 2014년 자살예방보고서, 미국 퓨리서치등을 인용했다. 이렇게 ‘팩트’를 강조하는 연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참고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표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특권경제를 끝내겠다’는 말을 인용해 연설을 시작하고 끝을 맺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는 문 대표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호남을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무현의 친구’인 문 대표의 연설문에서 김 전 대통령은 5번 나오지만, 노 전 대통령은 1번만 등장한다.
문 대표는 또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공정한 부의 분배를 강조했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을 인용하며 경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문재인 연설에서… “경제” 100회 “소득” 56회 “성장” 43회
입력 2015-04-09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