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무덤에 나란히 누운 두 남녀, 무슨 관계일까?

입력 2015-04-09 16:47

경주시 황남동 일원 신라시대 귀족들의 무덤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두 남녀의 유골이 발견됐다. 남녀의 유골은 한 무덤에서 2개체가 겹쳐진 형태로 출토됐는데, 30대 여성으로 판단되는 인골(人骨)이 아래쪽에 똑바로 누운 상태로 있었고, 그 위에 20대 남성으로 보이는 인골이 겹쳐져 있었다. 위쪽 남성의 치아는 아래 여성의 오른쪽 어깨 부근에서 노출됐으며 남성의 다리뼈 등은 여성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쳐져 있었다. 남성이 여성의 오른쪽에 모로 누운 채 발을 여성의 몸에 걸친 상태처럼 보인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9일 이 같은 발굴 사실을 공개하고 “고대인의 무덤에 다른 사람을 같이 묻는 순장(殉葬) 풍습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모두에서 나타나지만 성인 남녀 두 사람의 인골이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된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밝혔다.

두 남녀의 유골을 순장으로 보는 이유는 무덤 동쪽에서 부장(副葬) 공간이 발견됐고 거기서 말안장과 장식 꾸미개, 발걸이 등 마구(馬具)를 비롯해 큰 칼, 항아리 등의 유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여성은 금 귀걸이와 허리띠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남성은 착용 유물이 없었다. 연구원 측은 “여성이 무덤의 주인이고 남성이 순장자로 보인다”며 “다리뼈의 발달 정도와 마구, 큰 칼 등의 유물로 볼 때 여성은 말을 타고 무기를 다루던 신라 귀족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확인된 두 남녀의 순장 형태는 여러 면에서 흥미롭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는 무덤 주인 외에 2∼3명이 함께 순장된다. 순장자는 주인의 시종을 들던 아이나 여자가 많다. 또 순장자가 배치되는 곳은 보통 무덤 주인의 발치나 머리 쪽이다. 호위무사 역할을 하던 성인 남성이 순장자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이 순장되는 위치는 주인의 시신을 묻는 주곽이 아니라 부장품 창고인 부곽이며, 무기류가 유물로 함께 발견되기 마련이다.

연구원의 김권일 조사팀장은 “통상 두세 명이 함께 순장되지만 이번 무덤에선 성인 남자 1명만 발견됐다. 게다가 일반적인 순장자 배치와 달리 함께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이었다”면서 “기존에 확인된 순장 형태와는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둘이 어떤 관계였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무덤 주인이 신라 귀족 출신의 여성이고, 마구가 유물로 발견된 점으로 봐서 순장된 남성이 마부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마부라고 하더라도 두 사람의 위치가 미묘한 건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