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그리스가 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기대됐던 차관 제공, 농산물 수입 금지 해제, 에너지 협력 등에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의 반발을 고려한 그리스의 ‘수위 낮추기’일 가능성과 함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러시아가 그리스를 도울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발표된 회담 결과로만 보면 그리스 입장에서는 거의 건진 것이 없는 ‘소득없는 만남’에 불과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리스가 차관 제공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차관 지원이 아니라 양국 간 금융분야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에너지 분야 등에서의 양국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그리스에 금융 지원을 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EU의 틀 내에서 금융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치프라스 총리는 러시아 방문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차관 제공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농수산물 수입 금지 제재를 해제해 달라는 그리스의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취한 농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그리스 경제에 충격을 준 것을 알고 있지만 EU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에만 예외를 적용할 수는 없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대러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미국의 농수산물 및 식료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보복 제재를 가한 바 있다. EU 회원국인 그리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그리스는 지난달 1일 러시아에 오렌지, 딸기, 복숭아 등의 수입 금지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러시아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새로운 유럽행 가스관(터키 스트림)에 그리스가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은 “터키를 거쳐 발칸 반도와 중부 유럽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터키 스트림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했다”며 “새로운 가스관은 유럽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해 주고 그리스는 유럽 대륙에서 주요 에너지 분배 센터가 될 것”이라며 그리스의 프로젝트 참여를 촉구했다.
이에 치프라스 총리는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위한 러시아~터키 가스관에 그리스가 참여하는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 참여 결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푸틴·치프라스 회담, 별다른 성과 없었다
입력 2015-04-09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