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을 배치했으며 핵무기를 이 미사일의 탄두에 장착할 만큼 소형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윌리엄 고트니(사진) 미군 북부사령관이 밝혔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KN-08이 실전 배치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인데다 고트니 사령관도 20여일 만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고트니 사령관은 7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 수준에 대한 질문에 정보기관들의 판단임을 전제로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과정에 대해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KN-08 미사일에 장착해 미 본토로 발사할 능력을 갖췄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며 “아직 그들이 KN-08을 시험하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것(발사 실험)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트니 사령관은 북한이 탄두를 소형화하는 복잡한 과정에 성공했느냐는 기자들의 거듭되는 질문에 “그렇다(예스)”고 확답했다.
북한이 2012년과 2013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KN-08은 사거리가 최소 5500㎞, 최대 1만2000㎞로 미국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 고위 당국자가 KN-08이 실전 배치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달 25일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KN-08의 배치 수순에 돌입했다고 평가했고, 세실 헤이니 미군 전략사령부 사령관도 “그들(북한)이 이미 (핵)능력의 일부는 소형화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KN-08이 실전 배치됐다는 정황이나 근거가 아직 없다고 이날 밝혔다.
미 측의 이런 주장은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9~11일)을 앞둔 시점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사일방어체계(MD)를 부르짖는 미국 측의 대표적인 인사인 카터 장관의 한국과 일본 순방에 맞춰 미 측이 ‘MD체계’를 띄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고트니 사령관은 지난달 12일 미 상원 군사청문회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관련, “(KN-08이) 만약 실전 배치된다면(When deployed)”이라며 가정법을 사용해 실전 배치되지 않았음을 인정했었다.
한편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는 이날 “현재 한·미 양국 사이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협상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북한의 노동 또는 스커드 미사일에 대처하는 결정적 역량(critical capabilities)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반드시 한반도에 배치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북한 ICBM 실전 배치"발언 논란
입력 2015-04-08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