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7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영국은 여전히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이 버티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예전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6년 전만 해도 선거를 치르면 두 당이 거의 96%를 득표했지만 이번에는 6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틈새로 반이민 정책을 내건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이 제3당으로 자리잡았고, 이어 우파인 자유민주당과 좌파인 녹색당, 역시 좌파인 스코틀랜드독립당 등도 지지세를 넓혀왔다.
비주류 정당들의 부상은 프랑스나 독일,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이, 독일에선 반이민정책을 요구하는 페기다(PEGIDA) 세력이,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는 유럽연합(EU) 및 긴축정책을 반대하는 좌파 정당들인 포데모스와 시리자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급진 좌파로 불리웠던 마테오 렌치 총리가 집권하고 있다.
왜 그럴까.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양당제가 시들고 있다’는 기사에서 수년간 불황이 깊어지고, 테러 증가 등으로 안전 이슈가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불황은 EU에 대한 배척 및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한 불만을 키우면서 그리스와 스페인처럼 EU에 반대하는 좌파그룹이 뜨게 만들었다. 또 안전 문제의 경우 프랑스나 독일처럼 반이민 및 반이슬람을 기치로 내건 극우파가 득세하도록 했다.
아울러 유럽 각 정당들이 서로 닮아가면서 차별성을 잃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도 좌파는 경제가 중요하다보니 시장주의적 정책에 기대면서 좌파성을 잃어왔다. 프랑스 집권 사회당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중도우파도 좌파적 정책을 채택하면서 보수층이 등을 돌렸다.
좌우파간 분별없는 연정도 기존 정당들에 등을 돌린 원인이 됐다. 독일이 대표적으로 메르켈 정부 1기 때 우파인 기독민주당과 좌파인 사회민주당이 대연정을 이루면서 좌든, 우든 분명한 이데올로기를 원했던 이들이 양당을 떠나갔다. 반면 기존 정당들의 이데올로기적 모호성을 재료로 ‘선명성’을 강조한 극우파와 극좌파 정당들이 유럽 대륙 전체에서 인기를 얻게 됐다. 영국 정치평론가인 필립 코간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정당들이 차별화가 안 되니까 국민들도 기존 정당에서 지지 정당을 골라내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다수 국민들과 접촉할 수 있게 됐고, 정당 중심이 아닌 특정이슈 중심으로 국민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신생 정당들이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선명성이 부각되고 소셜미디어 정치가 확산된 것과 관련해 독일 콘라드-아데나워재단 스페인 지부의 토마스 스텔링 소장은 “앞으로는 (기존의 정당정치보다) 정치지도자의 개인적 인기(personality)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시들어가는 영국의 양당제, 원인은?
입력 2015-04-08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