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칙한 모습의 과거 TV스타 루실 볼 흉상 만들었는데… 주민들 불안의 나날들

입력 2015-04-08 06:03
1989년 사망한 미국 TV 스타 루실 볼이 그녀의 고향인 뉴욕 셀러런에서 요즘 밤마다 지나가는 주민들의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괴기스러운 모습의 흉상 탓이다.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 조각상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청동 좀비의 재앙’이란 기사에서 조각가 데이브 폴린이 루실 볼 흉상으로 지역민들의 항의를 받은 일을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나 로댕의 ‘칼레의 시민’을 선사했던 예술이 인간에 대한 끔찍한 패러디로 도심 광장이나 기차역을 채우는 저급한 결과물들로 인해 망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폴린은 결국 미국 연예 잡지에 “조각상으로 지역민들을 불쾌하게 한 책임이 있다”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가디언은 “폴린은 루실 볼을 어색하고 비틀어진 얼굴을 한 정신나간 알콜중독자로 만들어놨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례는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다. 트라팔가 광장 인근에는 조각가 매기 햄들링이 만든 조각상 ‘오스카 와일드와의 대화’가 있다. 신문은 “오스카 와일드가 관에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의 이 조각상은 형태도 모호하고 관에는 과장된 말들이 써 있어 작품에 끔찍함을 더한다”면서 “역겨우며 분노를 불러온다”고 묘사했다. 16세기에 이탈리아 조각가 바치오 반디넬리가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 특색없는 ‘헤라클레스와 카쿠스’ 조각상을 설치했다가 “르네상스의 수치”라며 조롱을 당한 일도 소개했다.

가디언은 “나쁜 동상들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한다”면서 “미래 세대는 이런 부끄러운 조각상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졸작들을 만들지 말아야지’하는 영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