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우리 정부와 한반도 주변국들이 본격적으로 북핵 공동대응 방안 모색에 나서는 양상이다. 한·미·일이 이르면 다음 주 고위급 회담을 열어 북핵 문제를 논의키로 한 데 이어 중국은 ‘6자회담 멍석 깔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북한 외교관리의 발언이 나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이후 북한이 ‘핵무기 보유 의지’ 대신 ‘대화 의사’를 내비친 것은 처음으로, 앞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북핵 협상이 진전될지 주목된다.
정부 소식통은 8일 “다음 주 한·미·일 차관급 회담 개최를 위해 3국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장소는 미국 워싱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토니 블리은 미 국무부 부장관,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등이 참석하는 회담의 의제는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북한 핵개발에 대한 3국의 공동대응 방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개최가 확정되면 우리 정부는 ‘투 트랙’ 대일(對日) 외교기조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의 독도 도발과 과거사 왜곡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안보·경제 등 양국 간 상호 호혜적 교류협력에는 적극 나선다는 것이다.
회담에 나서는 3국의 주된 관심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가능성 점검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북한은 ‘비핵화가 협상의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고, 한·미·일은 6자회담에 앞서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스탠스다. 반면 중·러는 ‘아무 전제조건 없는 회담 재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미·일은 이 같은 현재상황에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입장 변화가 있는지,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여부 등을 평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관리가 “미국이 한반도에 핵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북한 역시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을 폐기하진 않았고, 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란 핵협상 타결은 북한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당사국들의 양보를 촉구했다.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왕 외교부장은 인테르팍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무기 개발의) 현상과 원인이 규명되고 모든 당사국의 우려가 전면적이고 공평하게 해결된다면 출구(6자회담 재개를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사국들이 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양보하고 서로의 우려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2박3일 일정으로 9일 방한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한다고 국방부가 발표했다. ‘미사일 방어(MD)’ 추종자로 알려진 카터 장관은 한 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문제를 주로 거론할 것으로 관측된다. 카터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경기도 평택 2함대 사령부를 찾아 천안함 희생 장병을 추모할 예정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이슈분석] 북핵 해법 놓고 분주한 한반도
입력 2015-04-08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