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돌 SBT 제임스전· 김인희 부부] ˝재정자립도 70% 유지 위해 탄탄한 후원회 꾸릴 것˝

입력 2015-04-08 18:18
사진= 창단 20주년 맞은 서울발레시어터의 제임스전 예술감독과 김인희 단장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우리 발레단도 이제 성인이 된 만큼 조만간 후배들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재정자립도 70%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는 탄탄한 후원회를 꾸리고 싶습니다.”

민간 직업발레단인 서울발레시어터(SBT)가 창단 20년을 맞았다. SBT는 미국 줄리아드 대학 출신으로 모리스 베자르발레단 단원,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를 지낸 제임스 전(한국명 전상헌)과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거쳐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를 지낸 김인희 부부가 예술성 있는 창작발레 제작과 발레의 대중화를 목표로 1995년 2월 후배 무용수 5명과 만든 발레단이다. 현재는 무용수 30명과 직원 10명으로 이뤄진 중견 예술단체로 성장했다. 자체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정의 60~70%를 충당할 정도로 자생력을 갖춰 국내 예술단체로는 드물게 4대 보험과 고정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인희 단장은 “1994년 11월 제임스 전이 ‘우리도 발레단 만들어 보자’라고 말한 게 계기가 돼 3개월 만에 SBT를 출범시켰다”며 “젊음과 열정만으로 무모하게 덤볐는데, 지금이라면 결코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제임스 전 예술감독은 “단원들과 함께 예술단체를 만들고 지켜나간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SBT는 국가 지원을 받는 국립발레단이나 통일교재단이 후원하는 유니버설발레단과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꿋꿋이 생존해 왔다. 1997년 외화위기를 버텨낸 후 2000년 예술의전당 입주단체로 들어갔지만, 국립극장 전속단체에서 재단법인으로 바뀐 국립발레단이 예술의전당으로 오게 되면서 나와야 하는 설움을 겪었다. 당시 6개월간 단원들에게 급여를 주지 못했던 것은 큰 상처로 남아 있다. SBT는 2002년부터 경기도 과천시민회관을 근거지로 활동 중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SBT는 다수의 화제작을 생산했다. 1995년 록음악을 갖고 만든 ‘현존(Being)’을 시작으로 100편 안팎의 작품을 선보였다. 대부분 제임스 전이 제작했다. 2001년 ‘생명의 선’이 미국 네바다발레단에 개런티를 받고 팔린 이후 2편이 더 네바다발레단과 애리조나발레단에서 공연됐다.

전 예술감독은 “우리나라 발레 무용수들의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아직도 좋은 안무가가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SBT는 앞으로 차세대 안무가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SBT는 2025년까지 외부 안무가들과의 작업을 통해 창작발레 100편을 추가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6월 5~6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대표작 ‘RAGE’를 시작으로 20주년 기념 특별공연이 이어진다. 특히 10월 1~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스위스 바젤발레단과 합작으로 ‘MOVES’를 선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