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한 번 붙어 보는 거죠. 깨지고 넘어져도 절대로 울지는 않을 겁니다.”
오는 24일 개봉되는 영화 ‘약장수’에서 특유의 익살스럽고 넉살 좋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박철민(48).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식품을 파는 홍보관(일명 ‘떴다방’) 이야기를 다룬 ‘약장수’의 제작비는 4억원이다. 홍보관 점장 철중 역을 맡은 박철민은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같은 날 개봉해요. ‘어벤져스 2’의 제작비가 ‘약장수’보다 600배가 많은 2400억원이라는데 골리앗과의 싸움이죠. 스크린도 ‘어벤져스 2’는 1000개 넘게 잡겠죠. 그렇지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겁니다. 화려한 영화는 아니지만 ‘약장수’만의 재미가 있거든요.”
‘늘근 도둑 이야기’ 등 연극무대에서 연기력을 쌓은 박철민은 지난해 866만 관객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빛나는 조연으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이후 대기업 근로자의 인권문제 등을 다룬 “또 하나의 약속’을 찍었으나 개봉 논란을 빚었다. 그에게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차에 노인들의 소외문제를 담은 ‘약장수’ 출연 제의를 받았다. 출연을 고심하다 자신에게 딱 맞는 배역이어서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어르신들에게 약 팔아 먹는 점장 캐릭터가 처음에는 슬슬 웃음을 짓고 다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다 나중에는 악랄하고 못 된 이미지로 바뀌어요. 선물만 받아가고 약은 사지 않으니 열을 받는 거죠. 옛날에 우리 어머니가 알로에를 잔뜩 들고 오신 적이 있어요. 홍보관 얘기를 말로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 영화 찍으면서 취재도 많이 하고 직접 약을 팔아보기도 했어요.”
영화에는 실업자 신세로 딸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홍보관에서 일하는 세 식구의 가장, 친구 따라 왔다가 슬슬 재미를 붙인 검사 아들을 둔 어머니, 하루라도 오지 않으면 몸살이 나는 어머니, 약을 살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어머니 등 별의별 사연이 많다. 이를 통해 실업자 문제와 소통 부재의 가족 및 노인문제 등 한국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드러낸다.
“홍보관이 문제도 많지만 순기능도 있더라고요. 세상 어떤 자식이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씩 매일 부모한테 노래 불러주고 재롱떨어 줘요? 홍보관 사람들이 자식보다 낫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거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영화를 보시고 부모님께 전화 한 번 더 드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철민은 출연료는 없지만 10만 관객 단위로 1억원의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고.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 10억원을 받는 거죠. 저에게는 엄청난 목돈이에요. 10억원을 받으면 사회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꿈같은 얘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관객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죠.”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영화 '약장수' 박철민 인터뷰] ˝어벤저스와 한판승부… 당당하게 붙어보는 거죠˝
입력 2015-04-08 06:45 수정 2015-04-08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