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매직’이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학범 감독(55)이 이끄는 성남FC는 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저우 푸리(중국)와의 대회 F조 4차전에서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조별리그 2승1무1패를 기록한 성남은 승점 7점로 조 2위 자리를 지켰다. 시민구단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성남의 선전을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한 광저우 푸리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일본의 명문클럽 감바 오사카는 성남에게 버거운 상대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약팀의 반란을 보여 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의 지략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실업팀(국민은행) 출신인 김 감독은 프로선수 경력이 없다. 태극마크도 달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인생 역전을 일궈내고 있다. 뜨거운 학구열 덕분이다. 2006년 ‘델파이 방법을 활용한 축구 훈련방법에 관한 내용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명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미 성남 일화에서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수석코치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K리그를 제패했고, 감독으로 승격된 후에도 2006년 K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9월 5일 성남 사령탑에 올라 곧바로 FA컵을 거머쥐며 ‘명가 재건’을 선언했다.
김 감독은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는 지도자가 아니다. 다른 지도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동분서주할 때 김 감독은 축구를 공부하기 위해 세계 일주를 했다. 브라질,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축구 선진국에서 전술 운용을 연구했다. 그는 패스축구나 수비축구 등 특정 전술을 고집하지 않는다. 이기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활용할 뿐이다. 김 감독은 ‘이기는 축구’로 정평이 나 있다.
22일 열리는 성남의 5차전 상대는 부리람이다. 부리람은 오사카와의 4차전에서 1대 2로 패했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성남이 부리람을 잡으면 16강행의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김 감독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 주고 있는 마법에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ACL 흔드는 '김학범 매직'… 시민구단 첫 챔스리그 16강 가능성
입력 2015-04-08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