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터널 대피시설은 성인 전용?” 제구실 못하는 대피시설

입력 2015-04-08 14:26

철도 터널 내 대피시설을 만들면서 성인 기준으로만 설치해 대피시설로 제 구실을 못하게 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8일 드러났다. 국산화 기술 이전을 약속받고 납품업체를 선정했지만, 해당업체가 이를 무시한 채 수백억원을 챙겼음에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국도시철도공단은 2009년 말 수서에서 평택까지 수도권 고속철도를 만들면서 51.1km의 율현터널의 태피통로를 설치했다. 당시 공단은 승객 중 노약자나 아동 등이 아닌 성인으로만 가정하고 피난 시나리오를 수립, 필요한 수직갱 수를 16개(최대 간격 3.7km)로 산정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시 노약자와 어린이 비율(5.7%)과 추가 피난 시나리오를 적용해본 결과 4~6개의 수직갱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밀하게 초기부터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 대피시설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된 셈이다. 또 노약자 및 부상자 수송을 위해 수직갱에 대피용 엘리베이터의 설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과정에서도 부실한 관리가 드러났다. 공단은 A업체와 2012년 7월 프랑스사로부터 호남고속철도 열차제어시스템을 기술이전받아 국내에서 생산ㆍ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A업체는 전원공급보드 5000여장 중 2409장은 완제품으로 수입하고, 나머지 2634장도 국내에서 단순 조립만 해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산화로 기술을 이전한다는 조건은 이행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업체는 352억원 상당의 차익을 챙겼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