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중국동포-토막살인 동포사회 술렁

입력 2015-04-08 10:57
“또 중국동포인가.” “이러다 (한국에서) 쫓겨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경기도 시흥 시화방조제 토막살인 피해자가 7일 중국동포 여성으로 드러나고 유력한 용의자가 같은 중국동포 남편으로 떠오르면서 두 가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 동포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과 함께 중국 동포 사회 내에서 우려의 분위기가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박춘풍 사건이 일어난 지 5개월이 채 안 돼 잔혹한 살인사건에 중국동포가 또 연루된 소식이 알려지자 이런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족이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범인을 향한 비난과 함께 동포사회 전체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특히 유력한 용의자인 피해자의 남편 역시 중국동포로 알려지면서 후폭풍을 걱정하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지 모르겠다”, “이러다 쫓겨나는 게 아닌지” 등의 의견부터 “일부 나쁜 사람들 때문에 결국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등의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는 2012년 오원춘 사건과 지난해 박춘풍 사건 때처럼 중국동포가 연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동포사회 전체를 매도하는 분위기에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중국동포 누리꾼은 “조선족 범죄가 유독 대서특필되면서 우리까지 같이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현실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7일과 8일 주요 포털사이트 관련 기사에는 “조선족 추방해라”, “동포라고 할 수 없다”, “조선족 범죄에 대한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등 동포사회 전반을 향한 비난이 줄을 이었다.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동포는 “중국에서 문제가 있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도 범죄를 저지른다. 비자 관리를 더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한조선족연합회 유봉순 회장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동포사회 전체가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개인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 원장은 “중국동포들은 고강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일반 외국인과는 또 다른 편견과 차별을 받아왔다. 날로 심해지는 가족 해체 현상도 이들에게 더욱 기댈 곳을 없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이 지난 5∼7일 시화방조제 부근에서 차례로 발견된 토막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2013년 8월 입국한 중국동포 한모(42·여) 씨로 드러났다.

경찰은 한 씨에 대한 미귀가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한국에 체류하는 남편을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보고,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안산=강희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