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의 한 여성이 ‘뇌를 먹는 아메바’에 감염돼 결혼한 지 2년도 안돼 사망했다.
이 사연은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시빌 마이스터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식인 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한 딸의 사연을 올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딸 코랄 리프는 지난 2013년 좋아하던 남자친구 코리 피어와 결혼했다. 하지만 행복했던 새신부의 결혼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해 5월 가족과 함께 애리조나 주에 있는 하바수 강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비극은 시작됐다.
여행을 다녀온 뒤 몇 달 뒤부터 코랄 리프는 갑자기 앓기 시작했다. 두통과 피로, 어깨 결림 등의 증상을 호소하던 그녀는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정밀 검사를 한 결과 여행 갔던 강에서 ‘발라무시아 만드릴라리스’(Balamuthia mandrillaris)라는 희귀 아메바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코랄 리프는 지난해 10월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녀는 이제 막 20살이었다.
앞서 2007년에는 아론이라는 14세 소년이 하바수 호수에서 또 다른 아메바인 ‘파울러 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에 감염돼 사망하는 등 최근 들어 식인 아메바에 감염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8월에는 루이지애나 주 세인트존 뱁티스트 패리 시 수돗물에서 파울러자 자유아메바가 소량 검출돼 한바탕 소동을 겪은 바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지난 50년간 자유아메바에 감염된 128명 가운데 12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를 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이 단세포 생물은 강이나 호수에 번식하다가 코나 입을 통해 사람의 몸에 들어가 뇌나 척추로 침투한다.
이들 자유아메바는 뇌에 들어가 뇌세포를 잡아먹어 뇌수막염을 일으키고 눈에 침투해 각막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뇌로 이동해가는 동안 계속해서 세포조직을 먹어 치우면서 뇌 안에 정착한다.
감염 증상은 초기에는 목이 뻣뻣해지고 두통과 열병, 구토 등에 시달리다가 나중엔 뇌 손상으로 환각증세와 행동이상, 마비 증세를 보인다.
문제는 한번 감염되면 치료약이 없고 치사율이 95% 이상인 데다 잠복 기간이 수주 또는 수개월 걸린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아메바는 주로 호수와 온천, 더러운 수영장 등에서 서식하며, 고온을 좋아해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는 수상활동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 보건당국은 아직 식인 아메바의 감염 과정과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마이스터 씨는 “식인 아메바 감염의 초기 증상으로 두통, 목경련, 메스꺼움, 구토, 피로, 미열, 발작,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난다”면서 “이 같은 증상이 발견되면 반드시 병원에 가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