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진상조사위 구성… 신·구 정부 충돌

입력 2015-04-07 22:16

그리스 집권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총선공약인 의회 내 구제금융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진상조사위가 과거 정부들의 구제금융 협약에 대해 잘잘못을 따질 예정이어서 신구 정부간 충돌이 이어질 조짐이다.

그리스 ANA-MPA 통신 등은 7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시리자 정부가 발의한 진상조사위 구성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진상조사위는 당국과 민간 기업, 민간인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표결은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250명이 참석해 찬성 156표로 가결됐다. 그러나 찬성표는 시리자(149석)와 연립정부의 소수 정당 독립그리스인당(13석)에서만 나왔다. 시리자 당수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적 협약을 체결한 과정을 명확하게 밝혀 국민에게 대답해야 한다”면서 “그리스는 우리를 갖고 놀 수 있는 채권단의 신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정부는 구석에 앉아서 실패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2010년과 2012년에 각각 구제금융 협상을 체결한 사회당(PASOK)과 신민당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직전 총리인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는 “지금은 적절할 때가 아니다”라며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한 이들에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미국 민간 정보업체 스트랫포는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시리자 내 반대파를 다독이고 야당의 주요 인사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며 “채권단이 시리자에 총선공약을 이행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치프라스 총리는 조사위 구성을 당 내부의 반대파를 달랠 수 있는 전략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조사위가 구제금융 협상 과정의 실수를 밝히거나 그리스의 부채 일부가 적법하지 않다고 결정을 내린다면 시리자 정부가 채무의 일부를 거부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