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가 논란 끝에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지원에 나서기로 7일 뜻을 모았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서을과 호남 유권자가 많은 서울 관악을에서 표 결집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야당 ‘심장부’인 호남에서 지지세가 약한 문재인 대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교동계, ‘뜨뜻미지근한’ 지원 결정=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선거 지원에 나서기로 가닥을 했다. 좌장인 권 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먼저 우리가 당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선당후사’ 정신은 변함이 없다”며 “그동안 분분했던 부분도 있지만 두 분(문 대표·박지원 전 원내대표)이 만나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그러면서도 당 지도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살아 생전 무엇보다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나가 된다는 건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서로 북돋워주고 껴안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동참을 이끌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하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그 점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권 고문과 회동 뒤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29 재보선 지원 여부에 대한 논란을 종결하고, 선당후사 정신에 공감하면서 당의 승리를 위해서 적극 협력하기로 결정했다”며 “오늘이라도 당이 필요로 하면 저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권 고문 면담 뒤 문 대표도 따로 만났다. 문 대표는 동교동계의 지원 결정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박 전 원내대표가 전했다.
◇문재인, 호남 ‘아킬레스건’ 노출=문 대표는 동교동계 지원 논란으로 취약한 리더십을 노출했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전당대회에서도 내내 ‘이길 수 있는 정당’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야권이 차지했던 지역구가 3곳이나 되는 첫 재·보선부터 전패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선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예전 같지 않은 점이 크다. 호남에선 열린우리당 창당에 따른 민주당 분당과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친노계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다. 그런데도 지난 총·대선 때 친노 지도부가 이끄는 등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줬지만 매번 패배하면서 민심이 이반됐다. 이런 상황을 천정배 전 장관, 정동영 전 의원 등 호남 출신 유력 정치인들이 ‘호남 정치 복원’을 내세우면서 민심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탈여의도 정치’를 말해 온 문 대표가 정작 선거에서는 동교동계라는 옛 정치집단에 손을 내미는 ‘정치공학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호남 유권자들에게 ‘표를 하나로 모으자’ ‘야권 대표선수에게 힘을 몰아주자’라고 말할 명분은 생겼다”면서도 “동교동계와 호남 민심은 다른데, 문 대표가 동교동계와 박 전 원내대표의 ‘몸값 높이기’에 휘말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동교동계, 새정치연합 지원한다
입력 2015-04-07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