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이를 빙자한 전화사기가 등장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안심전환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속여 돈을 가로채는 범행에 가담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사기)로 류모(31)씨를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류씨는 지난달 5~31일 총책 지시로 10여 차례에 걸쳐 대포통장 60여개를 다른 조직원에게 전달하거나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약 1억원을 인출해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편취금의 약 1%를 수수료로 챙겼다.
이들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해 “저금리로 대출을 받게 해줄 수 있는데 신용등급이 낮으니 이를 올리려면 우선 입금하라”고 속였다. 지난달 말부터는 정부가 가계부채 안정화 목적으로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을 빙자했다. 이 대출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2%대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신청하려면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대구의 장모(58)씨는 지난달 31일 이들에게 속아 3000만원을 4개 대포통장으로 나눠 송금했다. 류씨는 같은 날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지하철5호선 군자역 인근 은행에서 이 돈을 인출하려다 잠복 경찰에 체포됐다. 스마트폰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중국 국가번호가 찍힌 ‘박실장’이라는 인물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
류씨가 여러 말단 조직원 중 한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지시를 받고 대포통장을 건넸다는 사람만 3, 4명이다.
정부가 금융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이를 악용하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새로운 금융상품은 정보가 부족해 더 속기 쉽다”며 “전화로 접근해오는 대출사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신용등급 낮으니 우선 입금하세요” 정부 빙자 안심대출사기 등장
입력 2015-04-06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