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충암고 교감이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납부를 독촉하며 “돈을 안 냈으면 먹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6일 충암고에 조사단을 보내 진상 파악과 인권침해 조사에 착수했다.
충암고의 한 학부모에 따르면 A교감은 지난 2일 점심시간에 급식비 미납자 명단을 들고 식당 앞에 나타났다. 급식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3월분 급식비 납부 현황을 확인한 뒤 식당에 들여보냈다고 한다. 40여분간 한 명 한 명 납부 여부를 확인했고, 장기 미납 학생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납 학생들에게 “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이 학부모는 주장했다.
서울의 고등학교는 초·중학교와 달리 유상급식이다. 다만 기초생활수급 가정, 차상위계층 가정, 교장이 추천한 경우 등 교육복지 대상자에게는 국가가 급식비를 지원한다. 매년 3월 해당 학생이 학교에 신청하면 보건복지부 심사를 거쳐 5월부터 지원된다. 3, 4월분은 소급정산 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복지 대상자는 미납으로 처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조사 결과 A교감이 납부를 독촉한 ‘3월 급식비 미납 학생’ 100명 중 교육복지 대상자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 가운데 친구들 시선을 의식해 급식비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충암고는 지난해 급식비를 지원받은 학생이 343명이나 될 만큼 어려운 학생이 많았다”며 “설사 경제적 어려움이 크지 않은 학생들이었다 해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면박을 준 건 분명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급식비 미납액이 지난해 3900만원, 올해 600만원에 달해 재정 손실을 메우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교감은 ‘꺼지라’거나 ‘먹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충암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먹는 걸로 학생들 가슴에 피멍 들게 만든 교감을 엄중 문책하고 무상급식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돈 안 냈으면 먹지 마?” 서울 충암고 급식비 논란
입력 2015-04-06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