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까지 왜 그래?… 일본 진보진영 교과서 “독도, 한국에 빼앗겨”

입력 2015-04-06 21:04 수정 2015-04-06 21:53
트위터의 일본 네티즌(@dra*******)이 중학교 교과서 내용을 알리면서 올린 그림

일본 정부가 현행 중학교 교과서 18종 전체에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명시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했다’는 표현을 담은 교과서도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우리 여론은 분노했다.

6일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교과서는 단 한 종도 빠지지 않고 독도 관련 내용을 담았다. 역사(8종)·공민(6종)·지리(4종) 등 3개 과목의 모두 18종이다. 현행본인 2011년 검정 통과본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건 18종 중 14종이었다. 3종은 별도의 기술 없이 동아시아 지도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로만 표기했었다.

이번 검정에서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 중’이라는 강경한 표현을 명시한 교과서는 3배 이상 늘었다. 2011년 검정 통과본에서 이런 주장을 담은 교과서는 ‘교육출판’의 ‘지리’ 교과서 및 ‘도쿄서적’ ‘이쿠호샤’ ‘지유사’의 공민 교과서 등 모두 4종이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교과서는 총 13종으로 늘었다. 지리가 1종에서 4종으로, 공민이 3종에서 5종이다. 역사 교과서의 경우 종전에는 단 한 곳에서도 적시하지 않은 불법 점거 주장이 절반 수준인 4종에 포함됐다. 역사 기술은 종전보다 후퇴했다.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 중 하나인 1905년 시마네현이 독도를 자국령으로 편입했다는 내용이 역사 교과서 8종 모두에 담겼다.

‘도쿄서원’ ‘일본문교출판’ ‘제국서원’ 등 출판사 교과서는 독도와 관련한 역사적 경위를 상세히 기술했다. 에도시대(1603∼1867) 초기 일본인들이 독도에서 조업했다는 주장, 한국의 ‘이승만라인’ 설정 등의 내용을 실었다. 이승만라인은 1952년 선포된 ‘평화선’이다. 전년에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미·일 평화조약에서 독도 관련 내용이 제외되자 이승만 대통령이 선포한 해상구역이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 내 ‘양심세력’으로 통하는 진보진영의 교과서조차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았다. 현지 진보성향 시민단체 ‘어린이와 배우는 역사 교과서 모임’의 주도로 발간된 ‘마나비샤’의 역사 교과서는 중학교 교과서로는 처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뤘다. 1990년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소개하며 이를 계기로 1993년 ‘고노담화’가 발표됐다고 기술했다. 이 교과서는 검정 전 군 위안부 내용을 두 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기술했다가 ‘불합격’ 판정을 받고 절반으로 줄였다. 이 역사 교과서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았다. 2011년 검정 통과본에서는 별도 기술이 없었지만 이번에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로 편입됐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과거 침략 역사와 관련해서는 진보와 보수가 팽팽히 맞서면서도 영토 문제에서만은 일본 국민의 인식이 사실상 동질화된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 개정은 ‘수정주의적 역사인식’을 강화하고 있는 아베 신조 내각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 교과서 검정 기준을 개정했다. ‘정부의 통일적 견해 및 최고재판소 견해가 있을 시 이에 바탕을 두고 기술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교과서 제작 및 교사의 지도 지침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해 독도와 북방영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일본의 ‘분쟁 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도록 했다.

우리 여론은 분노했다. 인터넷에서는 “아베가 시키는 대로 교과서를 만드는 나라” “마지막 양심까지 버린 최악의 교과서”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한 네티즌은 “왜곡 교과서를 배운 세대가 성장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한 세기를 맞을 때쯤에는 일본의 모든 국민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우리 정부는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청사로 불러 강력하고도 엄중하게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오후 4시쯤 벳쇼 대사를 만나 독도가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명백백히 우리 고유의 영토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일본 정부가 역사 퇴행적 자세를 버리고 과거사를 직시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 대표로 낸 성명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맞아 일본 정부가 지금이라도 1982년 ‘미야자와 담화’(일제 강점을 진출로 왜곡한 역사교과서 파동 사과)와 1993년 ‘고노 담화’(위안부 사과)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